[디자인정글 시론] “한글 폰트, 이제는 공공재로 관리해야 할 때” | 조회수 | 98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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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트 저작권 논란을 넘어 국민 모두의 자산으로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그야말로 백성들을 위한 문자였다. 한글은 지배층이 아닌 평범한 백성들이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문자로, 조선 시대에 큰 혁신이자 문화적 진보였다. 그러나 오늘날, 정작 국민들은 한글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 이유는 바로 한글 폰트에 얽힌 저작권 문제 때문이다. 폰트 제작업체들은 종종 고가의 패키지를 판매하거나, 합의금 형태로 사용료를 청구해 한글을 사용하는 데 큰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은 그야말로 백성들을 위한 문자였다. 그러나 오늘날, 정작 국민들은 한글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해 있다. (사진출처: 구글)
한글이 백성을 위한 문자라면,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한글 폰트 저작권 문제로 인해 국민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는 한글의 본래 취지와 배치되는 부조리한 상황이다.
한글이 백성을 위한 문자라면,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사진출처: 구글)
<한글 폰트는 우리 생활 속 필수품>
한글 폰트는 이제 우리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자원이다. 문서 작성, 전자책, 웹사이트, 디자인 작업 등 수많은 매체와 제작물에 널리 사용되며, 그 역할은 마치 산소와도 같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한글 폰트는 고딕체, 명조체를 비롯해 손글씨 스타일, 목판 서체, 그리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 폰트에 이르기까지, 수천 종에 이르는 다양성을 자랑한다.
그러나 폰트를 사용하는 많은 이들이 그 사용법이 적법한지, 그리고 저작권법에서 보호받는 범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폰트 파일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만, 폰트 자체 디자인은 저작권법상 보호되지 않는다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다. 이로 인해 폰트 저작권 분쟁은 빈번하게 발생하며, 그 피해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공공기관도 자유롭지 못한 저작권 분쟁>
특히 문제는 이러한 저작권 문제가 단순히 개인이나 소상공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공공기관조차도 폰트 사용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몇년 전만해도 일부 폰트 제작업체가 국가기관과 공공기관을 집중적으로 공격하여 저작권 시비를 벌인 적이 많았다. 공공기관의 속성상 이런 시비가 발생하면 기관의 책임자나 공직자들에게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에, 소리 없이 합의금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모든 책임을 디자인 업체 등에 떠넘기는 경우도 있다.
국민들은 이와 같은 문제를 겪고 있으면서도, 아직 크게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20년에 발생했던, 서울시교육청이 폰트 제작 회사와의 저작권 분쟁에서 승소한 사례는 법원이 폰트 사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중요한 사건으로, 국민의 승리이자 저작권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무료 폰트의 등장, 그러나 충분하지 않은 대책>
최근 무료 폰트 배포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가 주도하여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 일부 기업들이 무료 폰트를 배포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이는 국민들에게 저작권에 대한 걱정 없이 폰트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다.
최근 무료 폰트 배포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 일부 기업들이 무료 폰트를 배포하고 있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다. (사진출처: 구글)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용자는 무료 폰트의 질과 양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저작권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지는 않았다. 특히, 일부 폰트 제작업체가 배포하는 무료 폰트에는 함정이 숨어 있을 수 있다. ‘개인적 용도’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지만, 상업적 용도로 사용하면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국민들과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큰 피해를 입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해결책 찾아야 할 때>
이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한글 폰트를 공공재로 인식해 나가야 한다. 한글 폰트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도로, 항만, 공항, 철도, 전기, 통신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의 하나로 취급되어야 한다. 폰트는 국민 생활과 경제 활동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할 일은 한글 폰트를 전량 수매하여 국민들에게 무상 배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더 나아가, 영세한 폰트 개발 업체가 생산한 폰트에 대해 품질 검사를 거쳐 정부가 매년 일정량을 수매해 국민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도 제안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폰트 개발 업체도 살고, 국민에게도 이득이 되는 정책이 될 수 있다. 국민들이 한글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도록, 폰트 사용에 대한 법적, 경제적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더 이상 국민들이 폰트 저작권 문제로 고통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글 폰트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유산>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창제한 한글이 우리 모두의 유산이듯, 한글 폰트 역시 국민 모두의 유산이어야 한다. 한글은 그 자체로 우리 민족의 문화적 상징이며,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문자인 동시에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한글을 사용하는 도구인 한글 폰트 역시 우리의 유산이 되어야 하며, 이를 관리하는 책무는 당연 국가에게 있다.
오늘날 많은 국민들이 한글 폰트로 인해 경제적, 법적 고통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었듯, 한글 폰트 문제도 오랜 시간 동안 국민들에게 심각한 고통을 주어왔다. 국가가 나서지 않는다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한글 폰트는 더 이상 사적인 이익을 위해 이용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자산이어야 한다. 모든 국민들이 한글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폰트 역시 국민이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한글과 한글 폰트는 그 역사적 가치를 잃지 않고, 국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 되어야 한다.
에디터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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