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나누는 마음 한 평 | 조회수 | 153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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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이웃이 낯설게 느껴지는 시대다. 도둑이라도 들까 봐 문을 꼭꼭 닫고, 담도 되도록 높이 쌓는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한 편에서는 공동체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도시연대 내 도시, 건축, 조경을 전공한 사람들이 주축이 된 커뮤니티디자인센터(이하 CDC)가 ‘한평 공원’으로 주민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마을 어귀 버려진 경비초소, 주차장 할 것 없이 그들의 손길이 닿는 곳은 곧 도시의 쉼터이자 주민들이 정을 나누는 곳이 된다.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사진제공 | 도시연대 서울 성동구 금호동 주차장 한편에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바닥에는 주차선과 ‘땅따먹기’ 놀이판이 어우러져 있고, 옆으로 빨간 고추가 널려 있다. 그 너머엔 아이들이 그려놓은 벽화가 보인다. 낮에는 주민들의 놀이터, 밤에는 주차장 역할을 수행 중인 금호동 한평 공원은 마땅히 놀만 한 장소가 없는 아이들이 낮 동안 놀이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던 주차장이었다. 도시연대 CDC는 놀이와 주차, 휴식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참여를 유도했다. 어린이들의 그림으로 타일 벽화를 제작하고 바닥에 그림을 그려 넣은 것도 공간의 주 이용자인 어린이들의 놀이 행위를 통해 도출된 디자인이다. 이제 금호동 한평 공원은 아이들이 뛰어노는 목소리와 그들의 꿈을 닮은 그림으로 가득 차게 됐다. 수색동의 한평 공원도 도시연대 CDC와 주민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 끝에 다시 태어난 곳이다. 그 전까지는 두 갈래 찻길이 양옆으로 나 있어 등교하는 어린이의 안전사고 위험이 제기되고, 매일 쓸고 닦아도 쓰레기가 수북이 쌓이는 공터였다. 도시연대는 아이들이 차에 치일까 염려된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꽃 모양의 깜찍한 안전 표지판과 화단을 조성했다. 골목길의 교통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사례이다. 도시연대는 2002년부터 ‘한평공원사업’을 진행하며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에 힘을 불어넣어 왔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겠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실제 공원이 조성된 후에도 주민들 스스로 유지 및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주민 참여 프로그램이 꼭 포함되어야 합니다.” 도시연대 CDC 김성주 박사는 프로젝트의 차별성과 주민 참여의 과정을 강조한다. 단순히 공원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마을을 만드는 적극적인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것. 앞으로도 이들의 촉매제 역할인 ‘한평공원사업’은 계속된다. 세상 모두가 이웃과 마음 한 평 나눌 수 있는 그날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