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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T : 예술가와 시민, 페스티벌로 만나다 조회수 15258


홍대 주변의 예술가들이 홍대 앞의 상업화를 견디지 못하고 그 곳을 떠나기 시작한 무렵은 대략 십 년 전쯤부터였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대안공간을 찾기 위해 홍대 주변의 연남동이나 망원동 쪽에 둥지를 틀기 시작했고 몇몇의 예술가들은 흡사 엑소더스라도 감행하듯 한강을 건넜다. 이 무리들이 정착한 곳은 철공장들이 밀집해있던 영등포 근처의 문래동. 그곳에서 그들은 자신들만의 창작공간을 만들고 군집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인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서울문화재단을 통해 문래예술공장을 설립한 것은 올 1월의 일이다.

에디터 | 이은정(ejlee@jungle.co.kr)

문래예술공장과 문래예술촌의 예술가들이 함께 만드는 2010 문래예술공장페스티벌이 문래예술공장과 문래창작촌 일원에서 10월 8일부터 시작되었다. ‘MEET’이라는 주제 아래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만나는 축제의 장’을 표방하며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문래창작촌의 예술가들을 포함, 무용과 음악, 미술 분야의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예술가들의 다양한 공연과 전시, 그리고 체험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문래예술공장페스티벌. 작지만 알찬 이번 축제의 하루를 ‘만나’보았다.


문래예술공장의 1층 로비 한 켠에서는 설치예술가 권보선의 ‘SKY-hoppers’라는 전시가 한창이다. 빨간 컨테이너 박스와 이리저리 얽혀있는 철골, 그리고 그 안에 갇힌 작은 사람이 인상적인 작품. 더불어 공장 내부에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담은 왕희정 작가의 ‘hybrid house’와 프랑스의 비디오 아티스트 나타샤 파가넬리(Natacha Paganelli)의 ‘Rain fall’도 관람할 수 있다. ‘Rain fall’의 경우 문래창작촌 ‘경계없는 예술센터’의 안의숙, 신동호, 황성탁 사무국장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인데, 작가의 시선에 비친 문래동이라는 공간을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문래창작촌 곳곳의 작업실에서 진행되는 전시 또한 인상적이다. 갤러리 까페 ‘솜씨’에서는 서양화작가 서지원과 동양화 작가 박민수의 공동 전시인 ‘마주보기’가 진행되고 있다. 동양화와 서양화라는 다른 배경과 더불어 서로 다른 느낌과 색감을 다루는 두 작가들의 전시가 공존하는 것은 어쩌면 문래예술창작촌이라는 공간의 변주인 듯 하다. 비영리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갤러리 까페 ‘솜씨’에서는 앞으로도 작가들의 창작지원을 목적으로 한 다양한 전시들을 운영할 계획이다.


‘솜씨’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철공장 한 켠 ‘예술과 도시 사회’연구소에서는 독특한 전시가 진행 중이다. 올 여름, 7월 22일부터 한 달 동안 전남 강진 도룡마을에서 진행된 예술가의 거주+창작 프로젝트의 결과물들을 엮은 ‘347년 만의 재회 New 하멜 표류기' 전이 바로 그 것. 예술과 도시 사회 연구소의 작가들과 세계 곳곳에서 찾아온 20여 명의 외국인 작가들이 도룡마을의 사람들과 함께 한 결과물들을 엮은 이번 전시는 400여 년 전 네덜란드의 하멜이라는 인물이 겪었던 사건을 다양한 작가들의 시선으로 재조명하고 있다.


문래예술창작촌 한 구석에 숨어있는 예술 공동체 ‘413’의 ‘시선의 접점’은 예술가로서 첫 걸음을 뗀 젊은 작가 4인방의 매력적인 전시이다. 버려진 공장터에 자리한 이들의 작업실에서는 각기 다른 시선의 젊은이들의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미지의 인물 ‘박상현’과의 채팅으로 진행되는 김보리의 작품 ‘채팅’은 추측과 불신이 난무하는 인터넷이라는 공간에 대한 비틀기가 담겨있으며 송곳의 디지털 프린트 ‘내가그린기린그림’과 정동훈의 ‘P군의 방, Y양의 방’ 은 젠더를 바라보는 고정관념을 가볍게 웃어넘긴다. 또한 어두운 공간에서 명멸하는 빛을 통해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낯설음의 순간을 재치 있게 다룬 김준수의 전시 ‘Untitle’도 인상적이다.


Jungle : 이번 페스티벌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아시다시피 문래예술공장이 생긴지는 얼마 안 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여기 문래동에 계신 분들도 저희 시설에 대해 잘 모르세요. 시민들에게 문래예술공장을 알릴 제일 좋은 수단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축제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축제 프로그램 중 공연이나 전시, 체험 프로그램 등은 무엇보다도 시민들을 위해 기획된 것이 많아요.

Jungle : 사실 문래예술창작촌의 탄생 자체가 독특한 편인데요, 자생적으로 생겨난 창작촌의 특성상 여타의 페스티벌과 다른 점들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저희 축제랑 맞물려서 진행된 것이 물레아트페스티벌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서로의 성격을 존중하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수준에서 축제를 진행하고자 했어요. 공연 섹션의 경우 물레아트페스티벌은 길거리 공연 위주로 진행되었던 것에 비해 저희는 예술공장이라는 공간의 특성을 살린 실내공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더불어 창작촌에 계시는 예술가들과 최대한 협업을 시도했어요. 극단 몸꼴과 함께 한 창작촌 버스투어 같은 경우에는 시민들에게 창작촌과 예술가들의 전시를 자유롭게 볼 수 있도록 구성했고 기획공연으로 진행된 프로그램 중, 온앤오프라는 팀의 무용공연도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요. 참여 예술가들을 창작촌의 예술가로 한정하기 보다는 주목 받고 있는 신진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많이 시도했습니다.

Jungle : 간간히 문래예술창작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요, 철공장 분들과 마찰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이번 행사에서 그런 문제는 없었나요?

이번 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잡음은 거의 없었어요. 저희 체험 프로그램 중 ‘작은철공작소’라는 것이 있는데 공장 내에서 전시하시는 왕희정 작가님과 철공장 분들의 협업 프로젝트에요. 철을 레고형식으로 만들어서 자신의 이니셜을 적고 하는 체험 프로그램이죠. 철공장이 밀집되어 있는 곳의 성격을 살린 특색 있는 프로그램이죠. 예술가들과 철공소 분들, 시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아주 반응이 좋습니다.

Jungle : 이번 페스티벌의 주제가 ‘MEET’인데 이런 의도가 숨어있는 것인가요?

우리 예술공장의 축제를 통해 예술가와 예술가, 시민과 예술가, 예술공장과 창작촌이 만나는 만남의 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Jungle : 현재까지 참여한 시민들의 수는 어느 정도입니까?

현재까지 진행된 무용공연이나 정민아 밴드와 한희정, 이지형의 음악공연, 버스여행 등 전시 관람객을 빼고 추산한 인원은 대략 400명 정도 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