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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듣는 소리 조회수 16580

소리는 귀로 듣는다. 그러나 모든 소리를 귀로 듣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그러한 것도 아니다. 작가 최대식은 소리를 몸으로 듣고 손으로 듣는다. 그는 ‘자연의 소리’를 주제로 40여 년간 작업을 해온 배태랑 작가이다. 오일물감과 서예 붓이라는 낯선 조합으로 그림을 그렸고 차가운 물성을 따뜻하게 변화시키는 귀금속 공예와 흙을 통해 자유로운 손놀림을 포현하는 도예를 익히며 공간예술을 접했다. 수많은 방식과 작업들을 통해 그가 담고 있는 소리는 어떤 것일까.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한국에서의 교육을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30여 년간을 세계의 다민족 작가들과 함께 교류했다. 한국인으로서 들은 미국의 소리를 작품에 담았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전달하는 소리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전공과 상관없이 자유로운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많다. 하지만 수많은 기법과 다양한 방식을 통해 볼 때마다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는 전시에서 매번 새로운 작업을 내놓는다. 새로운 형식의 작업 앞에서 약간의 주저함도 없는 그다. 그의 자유로움은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창조하는 에너지의 근원이자 작업에만 몰두하는 예술가적 기질로 드러난다.

그의 작업 방식은 그야말로 다채롭다. 종이죽을 사용해 탈을 만들고 그 위에 채색을 하거나 꼴라주를 한다. 금속을 이용해 나무와 결합시켜 새로운 오브제를 탄생시키고 한국적 정서가 물씬 풍기는 먹과 병풍 등의 소재를 이용해 한국의 소리를 표현하기도 한다.
서울아트센터 공평갤러리에서 11월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그는 춤추는 도시의 모습을 담은 작품들과 강렬한 색채를 통해 힘을 분출하는 병풍 작업, 한글의 이미지를 통한 한국적 정서를 전하는 작품, 한자와 꼴라쥬의 결합을 통해 동서양의 조화를 표현한 작품 등, 과거부터 현재를 아우르는 넓은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특히 부처상이 그려진 병풍 및 꼴라쥬 등의 작품은 동양적 정서를 확연히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작은 부처상들을 종이죽으로 만들어 여러 가지 디자인으로 완성한 설치 작품은 화려한 색감으로 주목을 끌고, 먹과 부처상이 인상적인 병풍 작업은 뉴욕에서 장기간 활동했던 그의 내면에 담겨있는 동양적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전시에서 큰 각광을 받았던 이러한 작품들은 타지에서도 한국인으로서의 작업을 알려온 그의 오랜 세월을 느끼게 한다.
한지와 종이죽, 그것으로 완성된 형태들에는 아이의 웃는 얼굴과 한국의 감수성이 담겨있다. 따뜻하고 구수한 우리네 감성을 확인하는 순간 그가 뉴욕을 무대로 활동했던 작가라는 점이 새삼 새롭게 느껴진다.


그의 전시는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이야기들’에서 시작된다. 어느 날 전해 받은 오래된 종이는 자신의 할아버지의, 그 할아버지의 이야기였다. 오랜 세월만큼 노랗게 바랜 그 종이에 적힌 그 할아버지의 이야기에서 그가 느낀 것은 현재의 작가 자신이었다.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 그 연결고리를 통해 이제 그는 마음으로 그들의 소리에도 귀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