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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타입페이지(Typepage) / 스튜디오 타입페이지(Typepage) 조회수 16235

박우혁과 진달래는 오랫동안 함께해왔다. 역할의 구분 없이 작업을 진행하며, 디테일과 스타일의 차이를 통해 상호보완적 관계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그들을 상수역 근처의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기사 제공│월간 CA 2월호

‘아카이브 안녕’이라 불리는 스튜디오는 널찍한 공간에 프린트 디자인 작업에서부터 설치 작업까지 군데군데 위치해있었다. 스튜디오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둘은 웃으며 공간의 규모에 비해 인원이 적다보니 난방문제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에어캡으로 창문을 막아놓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카이브 안녕. 여기서 안녕은 잘 가라는 뜻의 안녕이 아니고, 평안(Peace)을 뜻하는 안녕이라고 한다. “아카이브 안녕이라는 것은 공간을 뜻하기도 하고, 타입페이지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이름이기도 해요. 안녕, 혹은 평안, 평화를 아카이브한다,라는 컨셉이에요.” 아카이브 안녕과 관계된 일은 진달래가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그들은 관심 있는 이슈에 대한 신문을 발행하기도 하고, 안녕을 축적하기에 적합한 작가들이 있다면 함께 전시를 하기도 한다. 타입페이지는 ‘아카이브 안녕’ 스튜디오가 하나의 작품으로써 소통수단이 되길 바란다. 카페처럼 개방된 공간으로 활용되는 직접적 소통공간이 아닌, 스튜디오 자체가 하나의 작품, 혹은 작품을 보여주는 장으로 구현되어 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을 이루고자 한다. “설치 작업의 경우에도 직접 하면서 느낌을 보려고 해요.” 학부에서 조소를 전공했다는 진달래는 설치 작업도 하나의 소통 도구로 사용하려 한다.


그동안 타입페이지는 ‘타입을 가지고 노는’, ‘타이포그래피의 최강자’ 등의 수식어를 가지고 소개된 경우가 많았다. 박우혁은 이런 표현들을 부담스러워했다. “타이포그래피란 텍스트를 디자이너가 옮겨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작가의 글과 책, 그 사이에 디자이너가 껴있는 거죠. 작가의 느낌, 감정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결국엔 완벽한 타이포그래피라고 생각해요.” 그들은 디자인의 재료들, 예컨대 색상이나 도형, 사진과 같은 것들을 타이포그래피화해서 작업한다고 한다. 타입페이지는 수식어 빼고 그저 담백하게, 타이포그래피를 기반으로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정도로 소개하면 좋을 듯하다.

지금까지의 타입페이지 작업들을 보면 박물관, 작가, 카페 등 문화예술관련 클라이언트가 많다. “처음에 스튜디오를 시작할 때는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어요.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우리만의 성격이 정해졌고, 그 성격을 예술분야에서 자신들의 작업과 적합하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그렇다고 기업 관련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생각보다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요.”

예술분야 클라이언트와의 작업 중, 테이크아웃드로잉 작업은 그들의 포트폴리오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많은 대중과 소통을 하는 작업이었고, 오랫동안 진행한 작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들이 디자인한 캘리그래피와, 매달 발행되는 소식지는 테이크아웃드로잉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했다. 하지만 작년 중순을 끝으로 타입페이지는 더 이상 테이크아웃드로잉 작업을 하고 있지 않다. 이유를 물었다. “비교적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환경이었어요. 하지만 계속 보여 지는 것에 신경을 쓰게 되어서 아쉬웠던 적도 있죠. 그리고 이제 저희 스스로에게 쌓이는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래서 작년부터 타입페이지에서는 내부적으로 컨텐츠까지 만든 작업들을 해오고 있다. ‘아카이브 안녕’이라는 이름으로 신문, 전시, 출판 등의 일을 하고 있는 중인데, 올해는 거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것이라고 한다. “10년 넘게 일을 해오면서 정말 재미있고 꼭 하고 싶은 것들은 우리만의 작업으로 하려고 남겨둔 게 많아요. 그 동안 그런 것들이 많이 쌓였죠. 하지만 자꾸 쌓이기만 하다보니까 의도치 않게 다른 작업에서 사용하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그런 아이디어를 저희 작업에 풀려고 해요.” 박우혁은 개인 작업을 통해 재미있는 시도를 하고 싶다고 했다. 진달래에 따르면 의외로 그는 예쁘고 귀여운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작년에 열린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참가하며 그들은 ‘재미있는’ 작업들을 선보였다. 핑크색 형광 빛의 사과와 캐릭터 무늬가 프린트된 가방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기념품처럼 만들어보았던 건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고요. 직접 프린팅을 해서 만들었고요. 처음 디자인을 시작했을 때 가졌던 흥미가 다시금 생기는 것 같았어요.” 기존에 보여주었던 작업의 발전과 더불어 조금은 색다른 모습의 타입페이지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었다. “작업적 성향에 대한 갈증이 커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컨텐츠를 만들어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금전적으로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겠죠. 아직은 저희도 테스트 중이지만 이런 고민에 대한 하나의 모델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스스로를 잃지 않으면서, 즐기며 작업하는 스튜디오로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