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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화이트의 노래 '네모의 꿈'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사각형이 우리의 세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도형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이견을 달기 어려울 것이다. 바로 이 사각형을 주제이자 제목으로 삼고 있는 '사각형 프로젝트'는 가천대학교 시각디자인과의 졸업 프로젝트로, 국내 편집 디자인 1세대 아트디렉터인 서기흔 교수가 감독했다. 주제인 사각형은 '새로운 가능성으로서의 디자인은 무엇이고 디자인 콘텐츠는 어떻게 찾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선택되었는데, 이는 사각형이 인류 문명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자 근원이라는 생각에서 기인한다.
기사 제공│타이포그래피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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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일상과 일생은 일어나서 일하며 살고 누워서 자고 죽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런 수직과 수평의 반복과 상호변환이 사각형의 원형이다."
'사각형' p.21_사각형 통찰(서기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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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형 프로젝트의 결과물 중 하나인 책 <사각형>은 프로젝트 진행 과정과 결과물이 담겨있는 보고서이자 아트워크 컬렉션 북이다. 책은 사각형에 대한 통찰과 생각으로 시작해 본격적인 프로젝트 진행으로 접어들도록 구성되어 있다. 프로젝트 상 사각형의 의미와 사각형이라는 주제 선택의 이유가 중요하기 때문이었을까? 약 10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할애해서 규명하고 있는데, 프로젝트 디렉터 서기흔과 함께 정병규, 하라 켄야가 함께 논하는 사각형에 대한 통찰은 독자의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사각형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책의 도입부인 사각형에 대한 통찰을 지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사각형 프로젝트'의 내용을 마주할 수 있다. 각자 탐색, 기억, 조직, 실험, 정의, 응시와 함께 만지고 새기고 만드는 아홉 가지의 방법으로 사각형을 탐구한다. 이 아홉 가지 방법은 그야말로 총체적인 시선의 사각형 탐구로, 크게 사유와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사유의 방법의 하나인 '사각형을 기억하다'에서는 테마를 기반으로 한 연표와 아이콘을 기반으로 한 연대기 등으로 사각형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인 '사각형을 정의하다'는 앞의 기억과 마찬가지로 사각형의 의미를 탐구하지만, 프로젝트 참여자가 주관적으로 정의 내린 사각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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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문명과 역사를 살펴보면 이 원형적 세계와 사각형적 세계는 함께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면서,
또 공존하면서 우리의 역사와 문명을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사각형> p.55_다시, 사각형에 대하여(정병규)
체험으로 사각형을 탐구하는 방법은 '사각형을 만지다'와 '사각형을 새기다' 등으로 나타난다. '사각형을 만지다'에서는 흙을 주물러 사각형을 느끼는 것을 볼 수 있고, '사각형을 새기다'에서는 목판화로 사각형을 느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자연물로 사각형을 탐구하는 것이야말로 인간과 자연이 "대립과 화해로 진화한" 형태로서의 사각형을 만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탐구를 시도하고 있는 사각형 프로젝트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졸업 프로젝트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기존의 교육에서 흔히 나타나는 보여주기식으로 화려하게 포장하거나 취업을 위한 포트폴리오용 축제가 아닌 새로운 방식을 통한 실험을 보여준다. 이 실험은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하는 '프로세스 중심의 문제 해결 방법론'을 통한 것으로 덕분에 모든 과정과 결과물을 담고 있는 책 <사각형>은 독자 역시 '사각형의 탐구'라는 여정을 함께 떠나게 한다. 단순한 보고서에서 그치지 않고 독자에게 내밀한 간접경험을 선사하는 책 <사각형>의 미덕은 이런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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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형
저자: 서기흔 외
출판사: 두성북스
출판일: 2013. 02.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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