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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이름은 없습니다. 홍은주, 김형재입니다 / 홍은주, 김형재 조회수 18006

디자이너 홍은주와 김형재는 2004년부터 함께 일해오고 있다. 「가짜잡지」, 「도미노」 등 여러 잡지를 만들었고, 최근에는 문화예술계의 아이덴티티와 웹 작업까지 영역을 확장 중이다. 두 명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스튜디오 이름은 없다. 그저 홍은주, 김형재로 불리고 싶다는 이들을 옛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을지로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기사 제공│월간 CA 4월호


사실 김형재는 문지문화원 ‘사이’의 아트디렉터다. 홍은주 역시 한동안 스튜디오 투플러스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했다. 개인 작업만 하기에는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직장에서 상업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홍은주는 그곳에서 배운 것들에 대해 말을 이었다. “사실 어렸을 적에는 조금 더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클라이언트를 상대해서 좋은 결과물을 뽑아내는 과정을 경험한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 김형재의 경우,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하며 매거진 「F」를 비롯, 다양한 출판물과 홍보물의 디자인을 맡았다. 평소 문화와 텍스트에 관심이 많은 그에게 직장 일(문지문화원 사이)과 개인 작업은 큰 차이가 없다.

소규모 스튜디오, 그리고 동시에 다른 직장까지 다니면서 작업하는 팀이지만, 지금껏 이 둘이 보여 준 것은 상당히 많다. 「가짜잡지」, 「도미노」를 포함해 백남준 아트센터 전시 아이덴티티 등, 주목할 만한 작업물들을 선보였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었던 걸까? “사실 저희가 제일 못 하는 것이 셀프 프로모션이에요. 전화 받거나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조차도 잘 못해요. 프로모션을 잘 못하니까 저희가 스스로 재미있는 일을 시도해 보는 편이에요. 그리고 나서 저희가 재미있게 만든 것을 온라인 상에 올려서 공유하기도 하고요.” 참고로, 가짜잡지를 만들 때는 블로그를 활용해 예약을 받은 후에 인쇄했다(가짜잡지는 ‘휴간’ 상태다).


홍은주와 김형재에게 인터넷은 홍보의 장 이외에도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은 도미노의 탄생과 깊은 연관이 있다. “가짜잡지가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만든 잡지였는데, 그런 점에서 오히려 한계도 있었다고 생각했어요. 그 후에 트위터를 열심히 하게 되었는데, 서로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쉽게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트위터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직접 만나게 되기도 하면서 만든 것이 「도미노」예요. 분야도 밴드 멤버, 패션 칼럼니스트, 정치 평론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동인으로 모여서 제작하고 있어요.” 이들은 「도미노」를 동시대의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사람들이 변화하는 현재 시대 상황을 나름대로 해석해서 만드는 잡지라고 말한다. 동인들이 글이나, 디자인, 만화 등의 형식으로 작업을 하면 이들이 한 권의 책으로 디자인한다.

본격적으로 독립 잡지 열풍이 불기 전부터 잡지를 만들어온 홍은주와 김형재는 현재 독립잡지 시장의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었다. “독립잡지씬의 붐이라고 할 수 있는 기간이 2년 정도 있었고, 씬(scene)이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되었지만 금방 사라져버렸요. 일시적인 흐름이었다고 생각해요. 사실, 대중적인 출판 시장을 대상으로 하지 않은 작업은 늘 있어왔어요. 저희는 비대중적인 출판 시장을 대상으로 책을 만들었을 뿐인 것이죠. 저희가 만약 대중을 대상으로 생각했다면 다른 방법으로 책을 출판했을 거예요. 이 시작점에 더 북 소사이어티와 같은 서점이 있었는데, 지금 가보면 그 수는 훨씬 줄었지만 내실 있고 가치 있는 독립출판물들이 여전히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냉정하게 볼 필요
가 있는 것 같아요.”

이제는 출판계에서 디자이너가 직접 집필과 에디팅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김형재 역시 정진열과 함께 『이면의 도시』의 저자로 참여했고 지금도 「도미노」 편집회의에 참여하며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디자이너가 글을 쓰는 것을 어떻게 바라볼까? “디자이너가 저자로 글을 쓰고, 기획도 하는 프로젝트가 유럽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조금 먼저 이야기가 되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 후반에 나타난 것 같고요. 신선한 개념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런 것이 가능하고, 부각이 되는 시점이었다고 생각해요. 여담이지만, 할 일이 없었던 것도 기여를 한 것 같아요. 「가짜잡지」는 제(김형재)가 다쳐서 병원에 있을 때 마땅히 할 것이 없는 상황에서 만들게 된 것이거든요.”


홍은주와 김형재는 아직 성장 중이다. 웹 디자인의 완성도도 높여가는 중이고, 독립 스튜디오의 경계에 위치해 있다. 주변의 동료와 친구들이 작업을 좋아해줄 때 가장 행복하다는 홍은주와 김형재의 꿈은 무엇일까? “소규모 스튜디오가 근근하게 살아남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소규모 스튜디오에겐 소규모 스튜디오에 맞는 일들이 있는 것이고, 그것이 큰돈은 되지 않거든요.(웃음) 그래서 저희의 꿈은 살아남아서 계속 일을 하는 것이에요. 어떤 일이든지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