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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움은 늘 희열을 부른다 / 그래픽 디자이너 최예주 조회수 16503

뉴욕에서 활동하는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최예주. 현재 디자인 스튜디오 NowHere Office를 운영하고 있고 예일대학교와 예시바대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그녀에게 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다만 새롭게 배우는 것이 많을 때 희열을 느낀다.'라고 대답한다. 프랑스 etapes를 비롯해 여러 나라의 디자인 매체에서 그녀를 주목할 만한 디자이너로 꼽은 이유, 여기에 답이 있다.

기사제공│ 타이포그래피 서울


뉴욕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계시는데 어떠세요?
제가 뉴욕으로 옮겨 일하기 시작한 지 어느새 5년 정도 된 것 같네요. 그동안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 기업 인하우스(Barneys New York의 아트디렉터)를 거쳐 제 스튜디오를 운영하기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일해왔어요. 그만큼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다른 환경과 분야를 넘나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지요. 뉴욕의 힘은 무엇보다도 이 도시에 있는 사람들과 문화의 다양성이라고 생각해요. 더군다나 이것저것에 모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여기저기에서 전혀 다른 사람들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늘 열려 있어 제 성격, 제 프랙티스와 잘 맞아요. 단점이라면 여기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어떤 환경에서 일하느냐에 따라서 수입이 정말 다르다는 점(늘 그런 건 아니지만, 재미있는 일일수록 돈을 적게 벌 가능성이 많다는…. 디자이너들이 가지고 있는 그 딜레마), 그리고 어디선가 늘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고 프로젝트도 너무 많기 때문에 결국 일만 하게 되기 십상이라는 점이랄까요.

요즘 열중하고 있는 작품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현재 작업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가장 큰 부분은 미국 정부 기관 HUD(US State of Housing and Urban development)에서 주관하는 'Rebuild by Design'이라는 리서치 프로젝트예요. 작년 이맘때 미국 동부에 태풍 Sandy가 대단히 큰 피해를 줬는데요, 그 이후 어떻게 디자인의 힘을 빌려 태풍과 홍수에 대응할지에 대한 연구이지요. 건축가, 어반디자이너, 플래너 뿐만 아니라 환경 전문가, 과학자, 다양한 교육, 정부 기관들과 함께하는 대규모 리서치?디자인 프로젝트입니다. 제가 맡은 부분은 재해를 경험하는 동안 개인, 조직, 기업이 어떻게 서로 소통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개인이 정보를 쉽게 얻을 뿐만 아니라 waterfront neighborhood로서의 identity를 구축해나갈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제안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대표 디자인 잡지 etapes에서 주목할 만한 디자이너로 선정되셨다고 들었어요. 이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잡지에도 소개가 많이 되셨죠. 그들이 이렇게 작가님께 주목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작업물 자체보다, 관객이 작업물을 만나는 그 순간과 그 공간이에요. 그 부분을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하면 결과물도 그에 따라서 달라지지요. 그 부분이 이 잡지에서 집중해서 다루었던 부분입니다.

한국에서는 비빔밥 프로젝트가 유명해요, 소개를 해주세요.
2010년에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국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들이 모여서 한 전시예요. 다들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비빔밥이었죠. 어찌 보면 전시했던 작업들보다 새로운 형태의 전시 플랫폼을 제시한 점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작가로 참여해서 보는 행위의 주관성에 대한 작업을 전시했을 뿐 아니라 전시 자체의 비주얼 아이텐티티, 사인, 인쇄물 등을 디자인했어요.



디자인 프로세스와 작업 스타일은 어떤가요?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서 많이 달라져요. 어떤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분명한 시각 아이디어를 가지고 진행하고, 어떤 프로젝트는 리서치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보내요. 또 다른 프로젝트는 혼자 제 머릿속에서 진행할 경우가 있고, 어떤 때는 콜레보레이터들과 함께 생각을 나누면서 진행하는 거죠.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일은?
평일에는 신문 읽을 시간이 전혀 없어서 주말에만 New York Times를 집으로 배달받아서 읽어요. 저는 현재 브루클린에 살고 있어요. 집 앞 공원이나 커피숍에 앉아서 신문을 뒤적거릴 때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예요. 그리고 영화를 참 좋아해요. 뉴욕에는 예술?인디 영화를 상영하는 작은 극장이 많아서 영화광인 저한테는 늘 보고 싶은 영화가 넘쳐나서 탈일 정도랍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요?
좀 오래된 작업이긴 하지만 Yale 대학교의 Beinecke Library에서 했던 인터랙티브 프로젝션 설치 작업인 Facade for Facade가 제일 좋아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뉴헤이븐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과 함께 라이브로 진행되었죠. 제가 site-specific 한 작업들을 많이 하는데, 그중에서도 이렇게 건축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멋진 공간과 멋진 음악을 이용해서 작업할 수 있었다는 점이 아직도 저를 들뜨게 합니다.

디자이너로 살면서 영향을 많이 준 멘토가 있다면요?
예일대학원의 학장이신 Sheila Levrant DeBretteville이 저에겐 가장 큰 멘토예요. 무엇보다도 제가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통해 사회적인 이슈들을 다루는 작업을 하는데 많은 영감을 주었지요.

아이디어, 혹은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받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모든 것들. 예술, 사회, 사람.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어떤 생각, 어떤 고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타이포그래피의 기본 지식과 스킬을 마스터하는 것은 많은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해요. 밖으로 보이는 제 작업에서 타이포그래피가 차지하는 부분이 표면적으로 많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사실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매일 만들어내는 작업에서 타이포그래피가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크지요. 제가 가르치는 수업 중 하나가 타이포그래피인데, 창의적인 form-making만큼 타이포그래피의 근본을 중요하게 다루죠. 실제로 어떤 환경 속에서도 디자이너 직원을 뽑을 때 타이포그래피의 근본이 없는 사람은 뽑기 힘들어요.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하나를 뽑아 가장 중요하다고 하긴 힘드네요. 과정과 결과, 형식과 내용 그 무엇도 덜 중요한 것은 없어요. 다만 프로젝트 통해 제가 새롭게 배우는 것이 많을 때 더 많은 희열을 느낍니다.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요?
여러 가지 분야의 콘텐츠를 가지고 작업을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공공?문화의 영역에서 정부?도시 기관들, 커뮤니티 비영리 단체들과의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디자인을 통해서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 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이지요. 디자인 교육자로서는 훌륭한 디자이너를 키워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디자인을 통해서 학생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으면 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바람입니다.

해외에서 활동하고 싶은 후배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많이 보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만들다 보면 스스로 작업을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눈을 키울 수 있어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더 많은 욕심을 부리고, 그만큼 적극적으로 열심히 노력하세요. 또한, 디자인 이외의 분야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당장은 연관이 없어 보이겠지만, 결국엔 다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흔한 잔소리 같지만, 영어 공부 열심히 하세요!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특별히 다른 계획은 없어요. 제 스튜디오 작업, 학교 강의 계속 열심히 하는 것. 웬만하면 일주일에 하루는 쉬려고 노력이라도 하기. 서울에는 일 년에 한 번씩 들어가는데, 아마 올해도 연말에 갈 것 같아요. 서울을 떠난 지 어느새 7년 정도 돼서 사실 서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부끄럽게도 잘 몰라요. 언젠가는 서울에서 조금 오래 머물면서 프로젝트를 꼭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