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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방색, 구름, 스케이트보딩, 춤 아티스트 윤협의 ‘래그 & 본’ 아트웍 조회수 15698

아티스트 윤협이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래그 & 본 매장의 벽면을 자신의 아트웍으로 채워넣었다. 그가 프로젝트의 전 과정을 소개한다.

기사제공│월간 CA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래그 & 본은 맨해튼 다운타운에 위치한 휴스턴 스토어의 건물 벽면을 통해 뉴욕 시민들에게 공공미술을 선보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른바 <휴스턴 프로젝트>이다.


작업을 의뢰받은 나는 오방색과 한국의 전통문양인 구름무늬에서 받은 영감을 통해 작품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구름은 우리 문학에서 하늘을 숭상하는 정신을 상징하고 있기도 하다. 한편, 70년대 거리 낙서예술이 현대미술로 한 단계 거듭하던 배경이 된 펀 갤러리(Fun Gallery)와 뉴욕 이스트 빌리지를 배경으로 활동하던 당시 뉴욕의 거리 작가들의 순수성과 실험정신에서도 받은 영감도 어느 정도 작용을 하였다. 나의 국가적 정체성이자 한국의 전통적 요소를 새롭게 표현한다는 건, 어쩌면 조금 조심스러운 작업일 수도 있었지만, 새로운 시도는 개인적으로 내게 중요한 요소이다.

먼저 어떤 레이아웃을 통해 아트웍의 균형을 잡을지 선택하였다. 칸딘스키가 음악적인 모티프를 시각으로 표현했듯, 평소 나는 전통적 요소와, 스케이트보딩, 춤에서 오는 에너지와 속도감, 율동감 등을 선으로 표현하는 편이다. 페인팅이든 컴퓨터 그래픽이든 모든 선들은 나만의 규칙성과 레이아웃, 통일성을 바탕으로 즉흥적으로 표현한다. 필요에 따라 클라이언트의 중요한 키워드를 시각화하여 작품 속에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패턴과 키워드가 하나로 어우러지도록 표현하는 것이다.

선을 통해 하나의 이미지를 완성하는 표현방식은 어릴 적, 침대에 누워 하늘의 구름이나 벽지 무늬를 유심히 들여다보며 그 속의 또 다른 형상을 발견하곤 했는데, 그 영향을 반영한 행위이기도 하다.

건축이나 작곡을 할 때처럼, 가장 먼저 뼈대를 구성하는 틀을 완성하고, 한 단계씩 전체적인 완성도를 올려나가며 구성해나갔다. 레이아웃을 결정한 이후, 본격적인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연필로 스케치를 하고 그 부분을 칠하는 방식이 아니라, 연습을 통해서 얻은 감각으로 즉시 즉흥적으로 빠르게 그려나가는 것이 진행에 중요한 부분이었다. 기본적으로 작품의 완성에 가치를 두기도 하였지만, 음악과 춤, 스케이드보드에서 받은 속도감과 율동성을 공감각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에도 꽤 많은 의미를 두었다.


뉴욕에서 작업을 하던 도중,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떨어져 페인트가 얼어붙는 와중에서도 계속 작업을 진행했고, 결국 머지않아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극한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작품에 강하게 몰두하게 될 때, 주변을 잊고 무아지경에 이르거나, 가끔 성찰을 하게 되기도 하는데, 이럴 때면 내 안에 충족되지 않는 욕구들이 해소되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완성한 작품에 대해 클라이언트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새로워했다. 특히 래그 & 본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내 작품 사진에는 ‘좋아요’가 2,700회를 넘기며 지금껏 참여한 다른 아티스트들의 ‘좋아요’수를 모두 넘어서기도 하였다. 뉴욕의 아트 커뮤니티와 매체에서 작품을 보도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아직까지 해외에서는 한국의 전통적인 요소나 오방색을 생소해하거나, 궁금해하는 편이다. 이전과는 다른 방식의 새로운 작품을 접했다는 현지인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을 선보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