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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반항 'zxx 폰트' 개발 그래픽 디자이너 문상현 조회수 16023

컴퓨터가 읽을 수 없는 폰트 ZXX. 이 폰트는 작년 10월 미국 CNN을 비롯한 전 세계 유력 매체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이 폰트를 만든 사람은 한국인 그래픽 디자이너 문상현. 이토록 많은 사람과 언론이 그에게 주목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혁신'과 '편리함'이라는 이면에 '개인정보 노출'이라는 그림자를 늘 드리우고 있는 현대인에게 컴퓨터가 읽지 못하는 글자란 반가움 그 이상의 의미이리라. ZXX는 '디지털 반항'이라고 설명하는 그를 지금 만나본다.

기사제공│타이포그래피 서울


작가님 소개를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학교(RISD)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고 뉴욕에서 일하다 중부 워커 아트 센터(Walker Art Center)로 넘어가 2012/2013 Design Fellow를 지낸 문상현입니다. 현재는 한국으로 돌아와 IT 서비스 관련 일을 하고 있어요.

디자인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어렸을 적부터 스케이트보드를 타며 펑크/록 음악을 즐겨 들었어요. 그래픽이 내용물만큼이나 중요했던 보드 덱과 앨범 재킷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던 것 같아요. 음악을 정말 좋아해서 처음에는 광고/뮤직비디오 감독을 꿈꾸며 영상을 공부했어요. 영상에 필요한 그래픽물을 하나둘 만들다 보니 디자인에 흥미를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아직도 감독의 꿈은 버리지 않고 있어요. Mike Mills처럼 음악, 그래픽, 영상을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한국에 언제 오셨어요? 회사 생활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한국에는 잠시 쉬러 6개월 전에 들어왔다가 좋은 기회가 생겨서 회사에 입사했어요. 편집과 브랜딩 작업을 주로 했던 저에게 IT 서비스 분야는 새롭고 재미있죠. 편집과는 다른 언어로 디자인하다 보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만큼 보람을 느끼며 일하고 있어요.

요즘 열중하고 있는 작품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실 요즘은 회사 업무에만 열중하고 있어요. 졸업 작품이었던 'ZXX 서체' 두 번째 버전을 그리다 만 상태예요. Lancet Wounded 등 다른 서체들도 작업 중단한 상태라 빠른 시일 내에 시간을 조금씩 만들어서 끝내려고 (생각만) 하고 있어요.



ZXX 폰트가 미국 CNN 등 유력 매체들에 보도되는 등 화제가 됐잖아요.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된 거예요?
ZXX는 RISD에서 졸업 학위로 낸 작품이었어요. 졸업 작품을 준비하던 중 미국에서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지요. 미국의 국가안보국(NSA)은 세계에서 가장 큰 데이터베이스 센터를 비밀리에 건설 중이었고, Google은 Panoption 감옥을 연상시키며 24시간 서로서로 감시할 수 있는 Google Glass를 발표했으며 Facebook 등의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은 엄청난 양의 개인 정보를 확보하고 그 정보들을 연동시키고 있었어요. ZXX는 이 모든 물리적 데이터 수집에 대한 '디지털 반항'이었어요. 고도로 정보화된 우리 사회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시민 행동을 촉구하자는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호출이었지요.

어떤 과정을 통해 ZXX 폰트가 만들어졌는지 궁금해요.
프로젝트는 진심 어린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어떻게 우리의 기본적인 생각을 인공 지능과 그것을 배포하는 사람들에게서 숨길 수 있을까? 하고요. 인간은 읽을 수 있지만, 컴퓨터의 인공 지능은 해석할 수 없는 글자체를 만들자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자동문자인식 (Optical Character Recognition) 소프트웨어를 공부하며 OCR에 100% 읽힐 수 있는 글자들을 그리기 시작했지요. 여러 OCR이 다른 알고리즘으로 캐릭터들을 분석하기 때문에 100% 완벽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위장 요소들을 개발하기 시작했어요. 각기 다른 방법으로 기계의 지능을 막기 위해 디자인한 4가지 글꼴 세트와 이를 설명하는 비디오, 포스터 등을 프로젝트 웹사이트(www.z-x-x.org)에 무상 배포하였고 이후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일어났어요.

ZXX 폰트에 대한 사람들, 매체들 반응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주세요.
처음 프로젝트를 런칭했을 때는 디자인계에서만 관심을 받았어요. 하지만 몇 달 뒤 스노든 사건(미 국가안보국의 도청행위 폭로)이 터지면서 믿기 힘든 주목을 받기 시작했어요. CNN, Wired, New York Times, Fast Company, Huffington Post, NPR 등 유력 매체들의 연락에 놀랐고 수많은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세계 곳곳에서 대량의 이메일을 받았고 무료 배포한 서체는 여러 방면으로 쓰였죠. 이 프로젝트가 왜 이렇게 큰 관심을 받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 모두 늘 검열, 감시 그리고 자유 사회에 대한 스트레스를 가지고 사는 것 같아요. 이같이 우리의 부자유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프로젝트를 통해 좀 더 진지하게 사생활 보호와 관련해 법제 개혁 등의 논의를 촉발하고 싶었어요. 더 자세한 내용은 영문이지만 워커 블로그(바로 가기)에 디테일하게 올렸어요. 관심 있으시면 참고하세요.

디자인적으로 특별히 관심 갖는 주제가 있나요?
인간과 기계의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특히 IoT(Internet of Things)관련 제품들에 관심이 많아요. 예전에는 편집물에만 관심이 있었다면 요즘은 그 범위가 더 넓어졌어요.

작업 스타일은 어때요?
리서치를 많이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정보를 확보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하기에 디자인 프로세스는 엄청 느린 편이지요. 디자인에 정답은 없지만, 모두에게 '유레카' 같은 순간은 있을 거로 생각해요. 그 '순간'이 올 때까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계속 디자인하는 스타일이죠. 디자인을 잘 못해서 더 열심히 노력하는 스타일이라 한 번에 뚝딱 디자인하는 친구들을 보면 항상 부러웠어요.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일은?
친구들과 담소 나누는 게 제일 좋아요. 누워서 음악 들으면서 잠드는 시간이나 영화 보는 시간을 좋아하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요?
Live As One이라는 국기 작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3학년 Making Meaning이라는 수업에서 사회적 포스터를 만드는 과제였지요. 192개국의 국기를 가늘고 긴 조각으로 각각 동일하게 잘라서 다시 하나로 엮은 심플한 작업이었는데, 작업하는 동안 큰 보람을 느끼고 피드백도 많이 받았었어요. John Lennon의 이라는 노래에서 마지막 소절을 이용했어요. 뉴욕 Printed Matter에서 국기를 제작해 팔자는 제의도 받았던 기억이 있네요.

아이디어, 혹은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받는지 궁금합니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영감은 주변에 넘쳐난다고 생각해서 매사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주로 Wired와 Fast Company 같은 공상, 과학, 디자인, 기계 등의 기사들을 찾아 읽어요. 'Radiolab'이라는 팟캐스트의 열혈한 팬이기도 하고요.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어떤 생각, 어떤 고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지식은 너무 부족하지만, 건축으로 비유하자면 뼈대라고 생각해요. 공간을 팽팽하게 조이고 느슨하게 풀어줄 힘을 가진 가장 중요한 소재이지요. 요즘 타이포그래피는 유형과 무형의 표면을 떠돌아다니는 유령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고민이라면 타이포그래피 공부를 너무 소홀히 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학생 때는 타이포 Geek처럼 친구들과 술자리에서도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열정적인 토론을 하곤 했는데 이제는 관련 책들도 잘 안 찾아보고…. 반성하고 있어요.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양심적 창의성이요. 나만의 그래픽 언어로 표현하자는 고집이 있어요.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요?
ZXX를 계기로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아닌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작업으로 소통하며 많은 걸 배우고 느꼈어요. 난 지금까지 그래픽 디자이너들을 위한 디자인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그래서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좀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찾아서 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
군대 2년을 빼면 한국에서는 처음 사는 거예요. 그만큼 기대도 근심도 커요. 느리지만 꾸준히 재미있는 작업 하면서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