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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리티를 좌우하는 타이포그래피의 힘 릭 뱅크스 조회수 15728

'Face37'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런던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예술감독, 그리고 타이포그래퍼인 릭 뱅크스(Rick Banks). 일본 도쿄 TDC(Type Directors Club) 대상, D&AD 표창장 수상 등으로 주목받고 있는 그의 작품은 다양한 저서와 잡지에 실려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그의 디자인 상품들은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을 비롯해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in New York)에 이르기까지 세계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으며, 타이포그래피와 브랜드 상품화에 대한 강연 또한 전 세계에 초청받아 진행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기사제공│타이포그래피 서울


본인의 이름 대신 'Face37'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대학 시절에 자신만의 브랜드명을 하나 만들고 싶어서 Face37이라는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이 이름으로 미래의 고객에게 독특한 인상을 주고 싶었어요. 눈에 띄고 싶었던 거죠. 회사 생활을 하다가 프리랜서로 일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이 이름을 회사 이름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Face37'이 무슨 뜻인지 무척 궁금해요.
생각하시는 것만큼 심오한 뜻은 없어요. 사실 이건 학교 친구들하고 게임을 하다가 만든 이름입니다. 레슬링마니아라는 닌텐도 게임에서 나온 건데요, 그 게임에서 캐릭터를 자기 마음대로 꾸밀 수가 있었는데 표정도 바꿀 수 있었거든요. 캐릭터의 표정 옵션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표정이 Face37이었습니다.

타입 트럼프(Type Trumps)를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 드려요.
대학 졸업 후 런던에 왔을 때 어리석게도 월세가 비싼 집에 세를 들었어요. 그때 자금 출혈이 심했죠. 그래서 타이포그래피 카드 게임을 만들어서 팔면 세를 낼 수 있겠다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타입 트럼프에 대한 아이디어는 사실 대학 시절에, 그것도 욕조에 누워서 생각하다가 떠오른 거였어요. 모든 아이디어는 컴퓨터에서 벗어났을 때 나옵니다. 여러분도 가끔 머릿속의 스위치를 끌 필요가 있어요. 타입 트럼프는 톱 트럼프(Top Trumps)라고 하는 영국에서 인기 있는 카드 게임을 바탕으로 만든 겁니다. 여러 세트의 톱 트럼프는 자동차, 항공기 등과 같은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는데요, 각각의 카드는 숫자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게임의 목표는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숫자를 비교하는 겁니다.

이 카드는 런던의 모던테이트에서 뉴욕현대미술관에 이르기까지 세계 81곳의 미술관에서 판매되고 있습니다. 꼭 돈을 벌기 위해서만 카드를 만드는 건 아니에요. 저는 자기계발 프로젝트(self-initiated project)의 광팬이기도 한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 일을 하는 겁니다. 디자이너로 성장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찾고 대학에 다닐 때 불태웠던 열정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튜디오에서 일하다 보면 표현하기 위한 기본 틀을 찾기가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작품에 심오한 의미도 존재하지 않고, 예술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그냥 계속 작업하고, 계속 생각만 하게 되는 상태 말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것도 좋은 면이 있습니다. 자신만의 프로필을 찾아가는 과정이거든요.

사람들과 타입 트럼프를 해 본 적이 있나요?
딱 한 번 대학교 때 같은 아파트에서 살았던 친구하고 해 봤습니다. 그리고 대학 시절에는 여러 개의 프로토 타입을 만들었어요.



아직 끝내지 못한 자기계발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F37 Ginger라는 폰트가 있는데 몇 년째 작업 중이에요. 항상 자기계발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 축구 타입(Football Type)이라는 책도 쓰고 있는데 다 쓰려면 2년 정도 남았습니다!

요즘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근황을 말씀해주세요.
최근에 UK tel-co라고 하는 맥주 제조사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고요. 디자인박물관(Design Museum)에 진열될 타이포그래피 작품(generative typographic piece)과 디지털 애플리케이션용 3차원 용융 알파벳(3D melted alphabet) 제작 작업이 한창입니다.

작품들을 보면 다양한 매체와 분야를 망라하고 있는데요.
작품의 범위가 어디까지라고 말할 수 있나요? 특정한 스타일에 맞추어져 있나요?

특정한 스타일에 맞추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고방식을 표현하기를 좋아합니다. 제 작품의 모습과 느낌은 분명한 선과 타이포그래피에 치우친 면이 있지만 좋은 아이디어에 바탕을 두고 만들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디자인은 시대와 유행을 초월하게 됩니다. 저는 쉽게 싫증을 느끼는 편입니다. 그래서 특정한 매체만을 사용해서 특화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작업하고 있는 앱, 맥주 포장, 브랜드 상품화, 타이포그래피 프로젝트처럼요. 이렇게 각기 다른 작업을 해야 질리지 않습니다.

디자인 철학이 궁금해요.
제 디자인 철학은 간단합니다. 아이디어죠. 최고의 디자인은 아이디어, 즉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부터 나옵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짜낸 아이디어든, 하나의 서체로 디자인한 작은 아이디어든, 제가 작업할 때는 우선 이러한 단순한 아이디어를 찾아내서 가장 단순한 형태로 표현하려고 합니다. 단순함이란, 디자인의 일차적인 목표라기보다는 좋은 아이디어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에서부터 디자인 프로세스가 시작됩니다.

타이포그래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세요?
타이포그래피는 제품이나 브랜드에 단순히 더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제품과 브랜드의 퀄리티를 완전히 바꿔 버리는 것이죠. 글자 하나하나가 서로 반응하고 모여서 감정이라든지 힘을 실어 주는 유의미한 메시지를 창조해 냅니다. 이러한 타이포그래피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의 요구에 가장 부합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에 저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브랜드들은 철학적으로도 미학적으로도 정체성과 독자성을 지니게 됩니다.


작품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제가 만들어낸 작품들이 브랜드나 회사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D&AD라든지 TDC 같은 많은 상을 받으셨는데, 상을 받아서 좋은 점이 있다면요?
상을 타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기는 합니다만 솔직히 저는 상을 주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수익이나 구독률의 증가처럼 눈에 보이는 성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개인적 취향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심사위원의 미적 기준에 따라 최고로 평가되어야 할 작품이 오히려 무시될 수도 있어요. 따라서 참가비를 내고 출품하는 게 도박이 될 수도 있지요. TDC는 무료로 출품할 수 있고 권위 있는 상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한편 D&AD는 제가 일했던 회사들에서 기금을 마련하여 운영되고, 상을 받게 되면 프로필을 작성할 때 도움이 됩니다.

창조와 수익은 어떻게 균형을 맞추나요?
상업용으로 하는 일과 자기계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프리랜서가 된 거예요. 예를 들어, 일주일은 돈을 벌기 위해 큰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 개선 작업에 열중하고, 그다음 주엔 수익이 없는 도서 출판 일을 할 수도 있는 거죠.

일과 삶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하는 일에 성공하고 행복하게 사는 겁니다.

초창기에 도움이나 조언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요?
저는 언제나 저보다 경험이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제가 좀 둔해서 배우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이런 태도는 배움에 대한 열정과 열의를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요즘도 사람들에게 질문을 아주 많이 합니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려요. 그리고 런던에서 공부하려는 학생에게 어떤 말씀을 해 주고 싶으세요?
뻔한 말이지만,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행운이라는 것을 스스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런던에 있는 학교만 보지 말고 영국의 여러 학교도 알아보세요. 런던은 아주 비쌀뿐더러 최고의 대학이 꼭 런던에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