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리아 카브레라(Nuria Cabrera)는 스페인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이며 현재는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다. 아이덴티티, 타이포그래피, 사설, 디지털 삽화 및 사진 분야에 많은 관심이 있다. 그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예술 디자인 대학(Eina, Centre Universitari de Disseny i Art de Barcelona)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했고 최근에는 영국 센트럴 세인트마틴 예술대학(Central Saint Martins College of Art and Design)에서 그래픽 디자인으로 학위를 받았다. 영국의 청춘 디자이너에게 듣는 디자인 교육과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을 적용한 작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사제공│타이포그래피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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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 드려요. 사실 저는 지중해의 작은 섬(아자아자 마요르카섬! 맞아요, 스페인이에요! 마갈루프 리조트가 유명하긴 하지만 그것만 떠올리시면 안 돼요~!)에서 자랐어요. 지금은 런던에서 살고 있지만요. (평상시에는) 굉장히 실용적인 걸 추구하는 사람이랍니다. 구두를 좋아하고, 노래 부르기, 커피 마시기, 사진 찍기, 스페인 음식 먹기도 좋아하고요. 색깔은 오렌지색을 좋아하고 맨발로 걷는 것도 좋아합니다.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제품 디자이너이자, 사진작가, 그래픽 디자이너라고 소개할 수 있겠네요. 저는 그래픽과 사진을 좋아하는데요, 산업적인 측면에서 좋아한다기보다는 그래픽이나 사진이 빠른 페이스로 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좋아해요. 많은 시간을 대상에 대해 생각하고 보다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데에 보내지만, 인생을 여러 가지 프레임 속에서 관찰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된 계기가 있다면요? 항상 저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건축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제품 디자인을 공부하기로 했지요. 제품에 대해 공부했던 4년 중에 대부분 시간을 전공이 다른 친구들과 보냈습니다. 특히 그래픽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하던 친구들과 가까이 지냈어요.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같은 층에서 살았던 친구 역시 그래픽 디자이너였어요. 같이 지내다 보니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속속들이 이해하게 되었죠. 그러다가 졸업반이 되었을 때 바르셀로나에 있는 좋은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자리를 얻게 되었습니다. 인하우스 그래픽 디자이너 옆에서 같이 일하다 보니 저 자신이 그래픽 디자인을 더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래픽은 신속한 면이 있어요. 아이디어 생성에서부터 최종 제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현저하게 빨라요. 그리고 저는 프린트와 2D 작업으로 실험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보통 제가 대상을 정하고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한편으로 인생을 여러 프레임 속에 넣어서 관찰하려는 습성이 강합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서 제가 그래픽 디자이너가 된 것 같습니다.
제품과 그래픽 디자인 모두 전공하셨고, 그것도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스페인과 영국에서 따로 배우셨다고 들었는데요, 이러한 경험이 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어떤 이점 같은 것이 있나요? 굉장히 재미있는 논쟁거리가 될 것 같은데요, 제가 보기에 스페인과 영국의 교육 제도는 매우 다른 것 같습니다. 스페인에서는 모든 학사 일정이 짜여 있고 전체 프로그램은 저희가 수강하는 특정 과목의 시간표에 맞춰 돌아가게 되어 있습니다(미국의 교육 제도에 더 가깝죠). 따라서 일주일 중 정해진 시간에 특정 과목을 수강해야 하고 과제를 수행해야 합니다. 제가 배운 과목은 색상, 조형 도안, 기술 도안, 디자인 및 예술사, 컴퓨터 그래픽, 포장, 가구 외형 디자인 등이었습니다. 한편, 영국에서는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했어요. 스스로 결정하고 시간 계획을 짜야 했습니다. 배우기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야 할지도 결정해야 했어요. 상반된 두 가지 교육 제도 모두 나름의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두 가지 제도를 순서대로 모두 경험했던 것에 만족하고 있고, 저에게 분명히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페인에서 공부하면서 디자이너로서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었고,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창조 활동을 하는 예술가로서 자신을 신뢰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신감을 얻게 되었습니다.(왜냐하면, 영국에서는 개인 프로젝트보다는 그룹 프레젠테이션을 기본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국 유학을 하면서 제가 항상 어려워했던 시간 관리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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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열중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회사에서는 영국 다국적 소매상(British Multinational Retailer)의 카탈로그 작업, 다이아몬드 회사의 CI와 포장 디자인 작업, 호텔 체인점의 잡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작업으로 항공 운송 중개 회사의 CI를 제작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잡지를 만들고 있으며, 올리브유 회사 브랜드 홍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요. 그리고 사진과 패턴 작업은 항상 하고 있고요.
'Dr. Martens A/W 14' 프로젝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어요? 이건 영국의 대학들이 학생 인재를 어떻게 지원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는데요, 졸업 전시회 덕분에 이 프로젝트를 딸 수 있었습니다. Dr. Martins 예술 감독이 여러 학과가 공동 참여한 우리의 전시회를 봤고, 그래픽 부문에 전시되어 있던 제 작품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모든 것은 제 '반항' 프로젝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주제 면에서 Dr. Martins 아이덴티티의 중요한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었던 겁니다. 그들은 제가 전시한 것과 비슷한 스타일로 쇼룸에 전시할 캠페인 슬로건을 개발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언제나 제가 하고 싶어 했던 서체를 개발하는 일과 어떤 재료와 플랫폼을 쓸지를 고민하는 일을 마음껏 하게 되었어요! 아주 좋은 경험이었고, Dr. Martins 팀원과 같이 일하기도 편했으며,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어떤 디자인 철학이나 사상의 영향을 받았나요? 그리고 좋은 디자인이란 뭐라고 생각하세요? 좋은 디자인이란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주관적인 분야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저에게 좋은 디자인이란 합리적이어야 하고, 제가 하는 디자인이 해당 프로젝트/회사/브랜드와 '실질적인'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트렌드를 따르지는 않습니다. '시간을 초월하는' 디자인이라고 말하는 것이 다소 가식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런 디자인을 동경합니다. 즉, 특정 시대나 트렌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런 디자인 말이에요. 그렇지만 제 인생에서 아주 큰 영향을 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같은 세대나 여러분이 성장한 시대적 배경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자아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으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저의 무의식 세계는 (제 의지와 상관없이) 이따금 90년대로 되돌아가서 오래된 스위스 디자인과 바우하우스를 들여다보고, 50~70년대의 패턴을 살펴봅니다. 제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디자인은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성을 가질 필요가 있기 때문에 먼저 저는 내용이나 메시지를 구상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작품들이 단어나 텍스트로 시작합니다. 저는 언어 자체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단어와 타이포그래피 기법을 활용합니다.
타이포그래피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나요? 저에게 타이포그래피는 단순히 도구가 아니고, 그 자체가 매체입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작업을 시작할 때 우선 메시지와 프로젝트의 의미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지고 나서 바로 단어와 텍스트 관련 그래픽을 개발합니다. 저는 언어를 사랑합니다. 독서를 좋아하고 외국어에도 관심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항상 텍스트와 단어에 의지하게 된다는 게 말이 되죠. 그리고 자연스럽게 타이포그래피가 주로 사용하는 도구가 되는 거고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타이포그래피 순수주의자는 아니랍니다. 그들에게 좋은 면은 있지만, 저는 합성이 불가능하고 변형을 생각할 수 없는 그런 토대에서는 작품을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제가 지난 수년간 고집해 온 것 중 하나는 서체를 이용하여 패턴을 만드는 것입니다. 보통 글자를 비틀고 꽈서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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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턴 디자인을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요, 'Type+Pattern'이라는 포스팅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최근에 만든 건데요, 저는 항상 패턴을 좋아했고, 아마도 스페인에 남아있는 아랍 문화와 타일 기법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Type+Pattern'은 그냥 개인 프로젝트예요. 특정 문자나 상형 문자를 변형하여 패턴을 만들어 내는 거죠. 저는 여러분이 거의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일반적인 것을 변형해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을 즐깁니다. 간단한 문자 'f'나 숫자 '7'을 가지고 얼마나 많은 새로운 모양을 만들 수 있는지 모릅니다. 정말 매력적이지요. 전체 프로젝트는 단순히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일의 일환이에요. 텍스트를 비틀고, 기하학적으로 변형하며, 반복과 색상 조절을 시도하죠. 자기 계발과 콘텐츠 개발 외에 다른 의미는 없어요.
학문 교차 프로젝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모든 예술가는 가능한 많은 분야와 학문을 두루 섭렵하길 원한다고 믿습니다. 학문 간의 경계라는 것은 매우 모호하다고 생각해요. 제본에서부터 인쇄 기술에 이르기까지, 사진, 패턴, 그리고 실질적인 생산 없이 그래픽이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모든 것이 학문 간 교차 프로젝트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에서 공부할 때 선생님에게서 들은 우스운 이야기 하나가 기억나는데요, 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모든 면에서 그저 그런 사람이 될 거라는 말이었어요. 이 시점에서 여전히 저는 이 말이 이해가 안 됩니다. 한우물만 파라고 하면서 동시에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하잖아요. 의자를 만들고 싶다면 그냥 만드세요! 여러분이 주로 잡지 디자인을 하던 사람이라도 상관없잖아요. 제품 디자인을 공부한 배경이 있다는 것과 과거에 학문 간 교차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저한테는 행운이었습니다. 아주 보람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려요. 집에서 공부만 했던 것처럼 대학에서도 공부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많은 것을 시도하고, 부끄러움을 떨쳐 버리며, 여러분의 작품 활동을 시작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세요. 그 작품이 비록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어."라든지 "뭔가 잘못된 것 같아." 혹은 "아직 미완성이야."라고 하더라도 말이죠. 그렇게 함으로써 타인의 의견을 들을 수 있고 그들의 관점을 알게 됩니다. 특히 디자인 업계에서는 많은 함축적인 의미와 너무나도 다른 문화가 존재합니다. 색상을 예로 들자면, 그렇게 단순한 개념이 세상에서는 너무나 다양한 의미로 해석됩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결국 여러분이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자신이 만든 디자인에 대해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훌륭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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