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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제목용 서체'k_이슬'만든, 일본 타입 디자이너 코킨 크리에이터 조회수 14901

일본의 타입 디자이너이자 화가인 코킨(Kokin). 윤디자인연구소는 그가 약 6년 동안 개발한 서체 'K_이슬'을 최근 출시했다. 표면적인 미의 기준보다는 휴머니즘과 철학 등 보다 내적인 면을 디자인과 연결하고 싶다는 코킨은 'K_이슬'을 만든 소감으로 '혼자서 사전 하나를 완성한 기분'이라고 말한다. 붓으로 쓴듯한 감성과 현대적인 표정이 공존하는 독특한 제목용 서체, 'K_이슬'을 만든 코킨을 만나본다.

기사제공│타이포그래피 서울


이번에 윤디자인연구소와 함께 'K_이슬체'를 만드셨잖아요. 어떤 계기로 만들게 되었나요?
우선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부터 말씀드릴게요. 지난 2002년쯤 제가 그린 그림을 전시하러 한국에 잠깐 왔었어요. 제가 서체 디자인이나 로고 디자인을 하지만, 화가로서 활동하기도 하거든요. 처음 한국에 왔었는데 느낌이 뭔가 따뜻하고 정겨웠어요. 자꾸만 아이처럼 그리워했죠. 그때부터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제가 서체 디자인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한글에 대해서도 공부를 시작했어요. 정말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이후로도 몇 번을 전시 때문에 서울에 왔었고, 우연히 윤디자인연구소 타이포디자인센터의 박윤정 상무님을 만나게 된 거죠. 그동안 제가 해왔던 작업을 공유하기도 하고 한국의 서체 디자인 현황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어요. 그러던 중 한자에 대한 다양한 보급이 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한자를 공용으로 쓰는 같은 아시안으로서 그 점이 안타까웠고, 한자 디자인에 조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처음 시작하게 되었어요.

한글을 배우면서 만든다는 것이 정말 어려울 것 같아요.
한글은 매우 재미있고 흥미로운 글자에요. 자음과 모음, 그 구조와 밸런스가 히라가나 가타카나와는 아주 달라요. 그래서 더욱 어렵지요. 하지만 그동안 제 스타일로 서체 디자인을 해온 사람으로서 한글을 항상 쓰지는 않지만 그 자체로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 그 가능성이 자신 있었어요. 제가 만들어본 아이디어 스케치를 윤디자인연구소의 박 상무님께 보여드렸더니 매우 좋아해줬고, 그때부터 기획한 서체가 지금에야 완성된 거죠.

오랜 시간 디자인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동안 어떤 마음으로 작업하셨는지 궁금해요.
지난 2008년에 시작했으니 6년 정도 걸렸네요. 제가 서체 디자인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하고 있기 때문에 사이사이 조금씩 만들다 보니 많은 시간이 갔어요. 이렇게 시간을 길게 두고 오랫동안 생각을 하면서 만드는 것이 제 디자인 스타일이기도 해요.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움보다는 디자인에 얽힌 역사와 문화, 사람과 생각 등 원론적인 멘탈과 디자인을 연결하는 폰트를 만들었어요. 한글이 모어가 아니더라도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자신만의 센스를 믹스해서 특별한 디자인을 낼 수 있다는 걸 전달하고 싶어요.

'K_이슬체' 특징을 설명해주세요.
'K_이슬체'는 누구나 무리 없이 쓸 수 있고 어디에나 써도 어울리는 서체입니다. 구성은 한글, 한자, 영문, 특수문자, 약물, 히라가나, 가타카나로 되어있어요. 우선 한글은 붓으로 쓴 것처럼 필압의 강약이 나타나도록 디자인했고요, 자연, 유니크(unique), 모던(modern)을 키워드로 현대적인 느낌이 나도록 표현했어요. 글자에 따라 짧은 획은 둥근 점으로 표현하여 이슬의 느낌을 강조했죠. 짧은 단어를 쓰면 감각적으로 보이고 긴 문장은 가는 펜으로 쓴 분위기를 낼 수 있어 심플하고 세련되게 표현했습니다. 다음으로 한글과는 달리 획수가 많은 한자는 한글과 디자인 콘셉트를 맞추기 위해 고딕 스타일인 골격에서 수평, 수직 획만 유연하게 보이도록 곡선 처리했어요. 한글과 마찬가지로 짧은 획은 둥근 점으로 표현하여 이슬의 느낌을 강조했고요. 마지막 영문도 한글과 완전하게 어울리도록 같은 콘셉트로 제작했어요. 모든 글자는 붓으로 쓴 손 글씨의 감성과 심플하고 세련된 현대적 감성이 공존하지요.

여러 가지 분야의 일을 하시잖아요. 서체 디자인은 처음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저는 미술을 전공하지 못했어요. 공무원이었던 아버지께서 반대하셨기 때문이에요. 미술 대학에 가고 싶었던 저는 어쩔 수 없이 전혀 다른 전공으로 국립대학에 입학했지만, 수업은 매일 빼먹었었지요. 그러다가 작은 디자인 회사에 들어가 아르바이트로 로고 디자인을 시작했는데요, 계속 아르바이트만 하니 회사를 옮겨도 개인적인 디자인은 할 수 없었죠. 그러다가 20대 후반에 '타입뱅크(TypeBank)'라는 서체 제작 회사에 들어가게 됐어요. 원래부터 문자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실제 서체 디자이너들과 생활하다 보니 더욱 흥미가 생겨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어요. 당시가 '사진 식자'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시기여서 그 넘어가는 과정을 함께 하다 보니 배운 것이 많았죠. 책도 참 많이 보고 다른 디자이너가 작업한 것을 카피도 하면서 제 스타일을 만들어갔던 시간이었어요. 다른 디자이너보다 멀리 돌아왔지만, 그만큼 개성을 쌓는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서체 디자인의 어떤 면이 그렇게 좋으세요?
이번에 'K_이슬체' 만들면서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혼자서 땅굴을 파거나 터널을 뚫는 기분이라고요. 혹은 어마어마하게 큰 사전을 혼자서 만드는 기분이랄까요. 저는 일러스트로 글자 한 자 한 자 만들거든요. 원래 폰트 제작 회사에 있는 폰트 툴을 사용하면 쉬운데, 저는 혼자서 하니까요. 한글, 한문, 영문, 약물까지 그렇게 만든 거예요.(웃음) 그런데 그 힘든 일이 세계에서 가장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서체 디자인은 그 속에 사회와 문화, 그리고 작가의 내면이 담겨 있어요. 저의 모든 걸 마음껏 표출해 낼 수 있는 것. 파인아트 보다 더 심오하고 힘들지만 정말 멋진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힘들어도 계속 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