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볼로냐(Bologna)는 우리에게 스파게티로 친숙한 이름이지만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도시의 특징은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볼로냐는 이탈리아 중동부에 있는 에밀리아-로마냐(Emilia-Romagna)주의 중심 도시이며, 이탈리아에서 일곱 번째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이다. 또한, 이탈리아만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문화적 요소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색 있지만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은 볼로냐는 사람들이 인식하는 이미지를 변화하기 위해 도시 브랜딩을 기획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기사제공 ㅣ 타이포그래피 서울
본격적인 도시 브랜딩에 앞서 최근 몇 년간 방문한 관광객이나 머물렀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볼로냐에 대한 사전 조사를 진행했다. 사전 조사에 참여한 인원은 비 이탈리아인 70%와 이탈리아인 30%로 이루어졌다. '볼로냐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직업', '볼로냐의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 '볼로냐로부터 받은 느낌', '관광객이 느낀 다른 이탈리아 도시와의 차이점', '볼로냐의 특징'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통해 브랜딩을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것이다.
사전조사 이후 볼로냐의 도시 브랜딩 프로젝트는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듬해인 2013년, 공모전을 통해 도시 브랜딩 콘셉트와 디자인에 대한 공모전을 개최한 것. 14,000유로가 상금으로 걸린 이 공모전에 총 500여 팀이 참여했으며, 이탈리아 트리에스테(Trieste)에 기반을 둔 마테오 발토리(Matteo Bartoli)와 미셸 파스토레(Michele Pastore)의 제안이 최종 선택됐다. 이를 토대로 2014년 볼로냐는 생동감(Lively), 친환경(Green), 개방적(Open)의 3가지 이념을 통합한 새로운 도시 브랜드를 구축했다.
볼로냐는 도시 브랜딩을 통해 'e bologna(is bologna)'라는 새로운 로고를 탄생시켰습니다. 이 로고는 십자가와 백합꽃이 그려진 도시 깃발, 산타 마리아 디 세르비 성당(Santa Maria dei Servi Church)의 모자이크, 고대상징의 마름모꼴, 도시성곽의 육각형 등 볼로냐의 전통적인 조형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또한 'e bologna'는 각각의 라틴 알파벳이 기호가 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전통에서 모티브를 얻은 조형들로 도시의 다양성을, 중첩과 컬러를 통해서는 세계화 도시로서의 융화와 조화를 잘 표현한 느낌이다. 다양하게 변화하는 컬러와 형태를 통해 유기성을 나타냄과 동시에 하나의 틀을 이용하여 도시의 정체성을 알리는 의무를 다할 수 있다. 라틴 알파벳의 기호를 시작으로 볼로냐의 전통과 상징물을 형상화한 그래픽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완성된 시각적 이미지는 의미를 떠나 관광객에게 환상적이고 색다른 도시의 인상을 경험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볼로냐의 노력은 'e bologna' 홈페이지에서도 나타난다. 이 페이지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자신만의 볼로냐 심볼을 구현할 수 있도록 제작한 것인데, 아래 이미지처럼 알파벳을 적을수록 조형이 추가되고, 자신이 원하는 컬러를 선택할 수도 있다.
도시 브랜딩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스웨덴의 스톡홀름, 러시아의 스테를리타마크 등 많은 성공적인 사례들이 있다. 최근의 도시 브랜딩 사례를 본다면 고정된 로고, 심볼의 개념이 아닌 일관된 틀 안에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유기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또한, 시민 참여의식을 불어넣어 도시의 브랜드 자체를 경험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열린 자세로 우리만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그 도시에 걸맞은 브랜딩이 기획된다면 시민들은 자부심을, 관광객은 더욱 한국에 관심을 갖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