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과 우아함의 극치, ‘코시바(Corsiva)’ 서체. 이 글자의 아름다움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이것을 디자인한 패트리샤 사운더스(Patricia Saunders)는 르네상스 시절의 이탈리아 서체들을 보며 영감을 얻어 제작했다고 한다. 1995년, 모노타입에서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코시바에 대해 알아보자. 기사제공 | 타이포그래피 서울 ‘에어리얼(Arial)’을 디자인한 후 가장 실력 있는 타이포그래퍼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모노타입 소속 디자이너 패트리샤 사운더스는 회사로부터 격식 있는 느낌의 타입페이스를 디자인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는 고대 이탈리안들의 필기체, 그중에서도 특히, 르네상스 시절 이탈리아 교황의 서기였던 루도비코 빈센티노 델리 아리기(Ludovico Vicentino degli Arrighi)라는 사람의 글씨를 보고 많은 영감을 얻어 디자인을 시작했다. 코시바와 루도비코 빈센티노 델리 아리기의 서체 비교 (좌_ 출처: //myfonts.com, 우_ 출처: University of Oregon Library)
루도비코 빈센티노 델리 아리기는 현재의 디자이너들에게까지 귀감이 될만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1515년 교황에 의해 고용되어 서기로 활동하다가 1522년에는 자신의 손글씨로 팸플릿을 제작하기도 했다. 총 32페이지에 달하는 그 팸플릿은 모두 나무로 제작되었다. 그의 엄청난 노력으로 인해 탄생한 그 팸플릿용 목조 판은 후에 다른 많은 사람이 목조 판을 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패트리샤뿐만 아니라 현대의 많은 디자이너가 그의 작품을 모방하기도 했다. 어도비 가라몬드(Adobe Garamond)와 미리아드(Myriad)의 디자이너로 유명한 로버트 슬림바흐(Robert Slimbach)와 미국인들의 국민 서체, '타임스 뉴 로만(Times New Roman)'을 디자인한 스탠리 모리슨(Stanley Morison)도 그중 하나이다. 그 때문에 19세기 판 위에 새긴 세리프 스타일의 글자들과 수많은 현대 미니멀 디자인 서체들은 정교하면서도 액션이 넘치는 듯한 느낌을 내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코시바는 비스듬히 기울어 경사가 있는 셰리프 형태의 글자이다. 또한, 글자에 꾸밈과 장식이 많이 있어 화려하면서도 엘레강스한 느낌이 아주 강한 서체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코시바는 결혼식 같은 이벤트 초대장이나 공식 증명서, 혹은 중요한 문서 같은 격식이 필요한 곳에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책 표지 디자인이나 로고 디자인에도 많이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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