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소탈하고 재미있다. 있는 그대로 마음을 보여주지만, 목적의식만은 확고하다. 정말로 좋아하는 디자인을 평생, 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좋은 디자인을 오래오래 할 수 있을까? 고민의 과정도 남달랐다. 써니 아일랜드 심준우 대표를 만났다. 기사제공 | 타이포그래피 서울
써니 아일랜드에 대한 소개를 해주신다면요? 디자인을 중심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스튜디오입니다. 그리고 우리 스스로 디자인 전문가 집단이라고 소개하곤 합니다. 2012년 9월에 시작을 했으니 3년 조금 넘은 셈이네요. 처음엔 주위에 있는 분들이 스튜디오 창업에 대해 낙관적으로 말해주진 않았어요. 아직은 아닌 것 같다고. 특별한 아이템이 있는 것도 아니니 실력을 더 쌓거나 돈을 더 많이 모아서 시작하라고 했는데 그냥 일단 했죠. 제가 생각하기엔 운이 좋게도 점점 나은 코스를 밟아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주변 분들이 많이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주변 도움을 많이 받으셨다고 하셨는데 어떤 도움을 받으셨나요? 대학교 선후배, 직장 선후배 특히 대학원 다닐 때 제가 나이가 어린 편이었는데 주위에 계신 분들이 정말로 많이 도와주셨어요. 일자리를 찾고 평생 함께할 반려자도 만났고요. 제가 캐릭터가 명확한 편이에요. 서울 사람 플러스 시골 사람인데 시골이 80%예요. 깔끔하고 고급스럽고 세련된 걸 지향하지만 잘 안 돼요. 지금은 많이 나아진 거예요. 코디부터 시작해서 주변에서 저 하나 사람 만들어보겠다고 정말 애 많이 쓰셨어요(웃음). 일과 관련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써니 아일랜드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는지요? 스튜디오 이름은 단어와 단어가 합쳐지면서 알면 알수록 이야기를 담고 있는 타이틀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심준우라는 사람의 철학과 사상을 담고 있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써니는 제 고양이 이름이에요. 저기 있네요. 여기 주인이에요(웃음). 아일랜드는 제가 섬 같은 성향이 있어요. 타임테이블이나 인간관계 등 영역에 대한 맺고 끊음도 명확하게 하려고 노력하고요. 원피스라는 만화에 써니싸우전드라는 배가 나오는 데 루피가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모험을 하는 과정들이 우리와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완전 광팬이기도 하고요.
써니 아일랜드 하면 ‘안전프로젝트 오래 살고 볼 일이다’를 많이 기억하는 것 같아요. 우리의 성격이 드러나는 스튜디오만의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디자인으로 할 수 있는 게 뭘까, 조금씩 우리 것을 찾다가 디자인으로 재능 기부하는 걸 시작했어요. ‘안전프로젝트 오래 살고 볼 일이다’도 디자인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나온 거예요.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을 느끼면서 계속해보고 싶어요. 2년째 계속하고 있는 ‘안전프로젝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프로젝트를 좀 더 체계적으로 진행해보고자 ‘OSAFE’라는 안전전문 브랜드를 만들고 내년부터는 볼륨은 크지 않지만 매거진 발간도 계획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계속해오던 디자인 프로젝트는 이제까지처럼 써니 아일랜드에서 진행하고 ‘OSAFE’라는 자체 브랜드로 안전 프로젝트에 대해 지속 가능하게 운영해 볼 계획입니다.
디자인 스튜디오는 사람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도 사람이 전부라고 말한다. 더불어 디자인 시장의 선순환을 위한 디자인 스튜디오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고민한다. 개인과 사회, 어느 것이 먼저인지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소통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치버스 프로젝트, 시즌2 메인 포스터, 2013 함께 일하는 분들은 어떠신가요? 일단 사람을 볼 땐 겹치지 않게 선택하는 편이에요. 얼마 전 인턴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7명 전원의 성도 달랐습니다(웃음). 디자인은 물론 일러스트까지 내부에서 다 소화를 하는데 개성들이 다 달라요. 그건 처음부터 생각했던 건데 성격이나 취향이 다른 사람들과 일하고 싶었거든요. 성향이 달라도 소통만 잘 되면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완성도 높은 프로젝트를 위해 서로 인정하고, 입장 표명이나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도 많이 가졌어요. 지금은 조율이 잘 되어서 실무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초반과 비교하면 3년 만에 급성장을 한 것 같은데 비결이 있다면요? 대학 졸업 전에 정부지원을 받아서 창업을 했는데 시원하게 말아먹었어요(웃음). 그때 그런 경험을 통해 진짜 창업을 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일을 해보며 많이 노력했습니다. 디자인 회사에서도 일하고 영업을 배우고 싶어서 부동산업도 해보고 인쇄업도 해봤어요. 디자인 회사를 너무 하고 싶었기 때문에 회사를 시작하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생각을 많이 했죠. 디자인을 잘하는 사람들은 많았기 때문에 디자이너가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고민을 했어요. 창업 관련 특강이나 교육을 들을 때도 프랜차이즈 창업, 회계 등의 수업을 들으면서 디자인 이외에 채워야 할 부분에 집중했고요. 저 자신이 디자이너기도 하지만 회사 대표로서 운영하려면 경영, 복지, 영업 등에서 오히려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한 가지 분명해지는 것이 있는데,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디자인이에요. 본질 이외에 것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오히려 본질을 잊어버리게 되죠. 본질을 추구하면서도 그 외의 것들에 대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불법어업 탈출기 인포그래픽, 그린피스, 2015
스튜디오 분위기가 가족 같아요. 가족이라는 단어는 굉장히 민감한 단어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채용공고 중인데 절대 가족 같은 회사 아니라고 합니다(웃음). 채용공고에 가족이라고 하면 어딘가 무섭잖아요. 약속된 것을 넘어선 부분에 대해선 배려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즈니스 관계로 만난 회사라고 생각해요. 저희 막내에게도 늘 말합니다. 여기서 고이면 안 된다. 딱 3년 열심히 일하고 실력을 잘 쌓아서 대기업으로 가라. 가서 우리에게 발주를 해라(웃음). 다른 팀원들에게도 최대한 월급도 맞춰주려고 하고요. 현실적인 이야기도 제가 먼저 해요. 망할 것 같으면 3개월 전에 말해주겠다, 이직하고 싶을 땐 한두 달 전에만 미리 말해줘라. 저도 직장생활을 했던 시간을 되돌아보면 부끄러운 일들이 많았는데, 대부분 원인이 솔직해지기 힘든 분위기 때문이었어요. 지금도 물론 힘은 들지만, 서로가 솔직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함께 노력 중입니다. 일하고 싶은 사람들하고 모여서 뭘 한다는 게 신나고 좋을 것 같아요. 학교 후배인데, 정말 함께 일하고 싶은 친구여서 석 달을 설득했어요.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하면서 좀처럼 승낙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래, 한번 생각해봐라, 이러고 바로 이틀 뒤에 전화해요. 그냥 안 놔둬요(웃음). 결국, 그 친구 저기 앉아 있어요. 아침에 출근할 때 인사가 우리 회사에 출근해줘서 고마워, 퇴근할 땐 내일 꼭 출근해줘(웃음). 사실 이 일은 사람이 다예요. 장비나 재료가 아무리 좋아도 결국은 사람에서 시작해서 사람이 마무리하고 사람이 평가를 받죠. 아무리 작은 스튜디오라도 정밀한 톱니바퀴와 같아서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비면 헛돌게 되거든요. 다 같이 계속 디자인 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신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두 발을 땅에 단단히 딛고 있다. 바닥이 어디인지 아는 현실감각이 있기에 기준점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 명확히 알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그의 자산이자 힘이다. 그 힘으로 그는 디자인 외에 필요한 부분을 채우고, 그를 믿는 디자이너들은 문제가 생기면 피하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한다. 사람이 중심인 곳, 그곳이 바로 써니 아일랜드다. 어린이 공연 문화축제_ 메인 포스터, 아시아문화개발원, 2015(좌) / 어린이 공연 문화축제_ 프로그램 팜플렛, 아시아문화개발원, 2015(우)
사람을 중심에 두려면 사람을 보는 안목도 필요할 것 같아요. 디자인 스튜디오는 운영자보다 디자인 실무자가 진짜 중요하거든요. 누가 팀장이냐에 따라 성격이 확 달라지는데 지금 함께 하는 디자인 실장님이 정말 잘해요. 저희 포트폴리오가 확, 눈에 띌 정도로 달라진 게 지금 계시는 디자인 실장님이 들어오고부터거든요. 사실 디자인 실장님이랑은 대학교 때부터 '절친'이었어요. 항상 함께 과제나 공모전을 같이 할 정도였고, 결정적으로 대학생 창업 경험을 함께했었어요(웃음).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어요. 물론 다른 팀원들도 마찬가지이고요. 지금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시절부터 함께 고생해온 팀원들에게 제가 뭘 해줄 수 있을지 항상 생각하는 편입니다.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중압감은 다를 것 같은데 어떻게 하세요? 너무너무 힘들 때는 와이프 붙잡고 울거나(웃음) 엄청 한숨을 쉬거나(웃음). 항상 뭘 배우려고 여기저기 파고 다니는 취미가 있는데, 그런데서 느끼는 설렘이 스트레스나 중압감을 중화시켜주는 것 같아요. 최근 읽은 것 중에 저랑 생각이 비슷했던 건 '먼 계획은 긍정적으로 보고, 가까운 계획'은 타이트하게 보라는 말이에요. 제가 걱정이 많은 편이거든요. 사실 작은 스튜디오는 운영이 한 달만 구멍 나도 그대로 가라앉을 수 있잖아요. 스튜디오 디자이너들은 기본적으로 강심장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안심할 수 없는 구조니까요. 이런 상황에도 함께 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더 열심히 하고, 버티는 것 같아요.
고궁에서 음악 듣기,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2015
디자인할 때 어디에 중점을 두고 작업을 하시나요? 운영 초기에는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지금은 명확하게 지키는 것이 있어요. 첫 번째는 무조건 완성도예요. 완성도를 내지 못하는 프로젝트는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합니다. 완성도의 기준은 스튜디오 내부 평가와 의뢰자의 만족도입니다. 단,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도록 자체 프로세스를 만들었어요. 이런 것을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두 번째는 관계, 세 번째는 미래성을 봐요. 프로젝트를 의뢰받으면 저희가 추가하는 스타일보다는 프로젝트에 맞는 솔루션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리고 저희가 잘하는 것을 중심으로 앞으로 프로젝트 범위를 더 넓힐 계획입니다. 겨울 이야기, 지하철와이드, 국립극단, 2015 써니 아일랜드에 지원하고 싶다면 어떤 걸 갖추면 좋을까요? 마침 지금 팀원을 더 구하고 있어요. 지금 이런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먼저 하고, 일에 맞는 사람을 뽑는 편이에요. 기본적으로 자기 생각에 대해서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추가적으로는 디자이너가 자기만의 주특기가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자인 툴은 어느 정도 평준화되어 있으니깐, 거기에 캘리그래피나 일러스트 등 탁월한 강점이 하나 더 있는 분을 선호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비 디자이너와 예비 창업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우선 부딪쳐 보세요. 부딪쳐 봐야 뭐가 나은지, 뭐가 부족한지 알 수 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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