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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성’이라는 환영 아드리안 쇼네시 조회수 12230


창의력의 진정한 의미와 마르지 않는 영감의 비결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탁월함을 요구하는 직업을 가진 우리 디자이너가 창의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1년 365일 내내 창의력을 발산해 결국 영감이 바닥을 드러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필연적 결과인가? 이는 세상 모든 디자이너가 매일 반복해서 제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기사제공 | 월간 CA

 

 

 

창의력이란 무엇인가?


창의적 영감의 창고를 가득 채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창의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자. 최근 한 공개 강연 방송에서 브라이언 에노(Braian Eno)는 예술에 대한 흥미로운 정의를 내렸다. 그에게 예술이란 우리가 반드시 행해야 할 것 이외의 모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음식을 먹어야 하고, 옷을 입어야 하며, 머물 곳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꼭 아름답게 차린 음식과 우아한 옷, 건축적으로 세련된 집이 필수는 아니다. 땅에서 갓 캔 뿌리채소를 먹을 수도, 끈이 달린 낡은 부대자루 같은 옷을 입거나 창문 하나 없는 헛간에서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스스로 혹은 다른 무언가를 추하기보다 아름답게 만들도록 강력하게 추동하는 근원적인 본능이 내재돼있다. 자의식을 지닌 인간으로서 밋밋한 것보다 훌륭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걸 선호한다. 나는 이런 관점으로 디자인이란 삶과 대상을 더 훌륭한 상태로 끌어올리는 모든 행위라 이야기하고 싶다. 

 

따라서 디자인에서 창의력은 삶과 대상을 더 낫게 하는 데 성공하는 능력의 정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세상에는 뛰어난 작업의 성취를 방해하는 수많은 장애물이 존재한다. 나는 이들 중 몇 가지를 짚어내고 극복하는 전략에 대해 탐구하려 한다.

 

 

독창성이라는 독재적 환영


독창성은 교육 현장은 물론 스튜디오에서 늘 강조하는 개념이다. 교육자는 다른 이의 작품을 베끼거나 과도하게 차용한 학생을 엄하게 다스린다. 그런데 왜? 모방은 우리가 말하고, 걷고, 살아남는 법을 배우는 방법 아니던가. 

 

사실 독창성은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창의적 활동은 조합의 행위이고, 독창성은 이미 존재하는 것을 새로운 방법으로 조합해 탄생시킨다. 이런 사실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의미 없고 파괴적이기까지 한 독창성에 대한 집착과 그 심리적 압박에서 해방될 수 있다.

 

 

시간은 적이 아니다

 

디자이너에게 시간은, 좀  더 정확하게는 부족한 시간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에 대한 좋은 핑계거리였다. 그들을 옭아매는 마감 일정의 압박과 비현실적인 프로젝트 일정의 존재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것은 엄연히 존재하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절망적일 필요는 없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몰입도가 강한 영화를 보면 한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반면 비오는 밤에 버스를 기다릴 때의 한 시간은 마치 다 죽어가는 경주마만큼 느릿느릿 흘러간다. 정말 시간이 전혀 없는 사람은 거의 없다.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고 시간이 통제 불가능하다는 선입견을 버려라. 디자인 작업에 유익한 최고의 전략이 될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훌륭한 결과물을 얻는 데 최악의 장애물이다. 상업적인 제한을 두는 규정은 현대의 광범위한 분야에서 뛰어난 그래픽 디자인을 멸종시켰다. 물론 명작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거의 비주류 분야에 한정돼있다.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가 위험 감수를 극단적으로 피한 결과다. 

 

디자이너가 위험을 피하기만 하면 결국 실패를 이중으로 겪는다. 훌륭한 작업은 물론, 창의적 감각도 서서히 녹이 슬며 마침내 완전히 빛을 잃게 된다. 말이야 쉽고 행하긴 어려운 문제지만 모험을 기피하는 디자이너에게 기다리는 건 퇴보뿐이다.



클라이언트에게 책임을 돌리지 말라


영감이 고갈되면 우리는 저급한 디자인을 만들어내고는 클라이언트 탓을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들이 종종 문제의 원인은 맞다. 작업을 방해하거나 예산을 삭감하고 이상한 디자인을 고집하니까. 

 

하지만 좋지 않은 결과물의 책임을 오직 클라이언트에게 전가하는 건 우리 스스로의 무능력함을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그 디자이너의 창의적 영감이 증발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개인적으로 나는 절대 클라이언트 탓을 하기보다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내 자신에서 찾는 걸 규칙으로 삼는다. 클라이언트가 비합리적인 행동을 했을 경우조차 혹 그런 상황의 최초 원인을 내가 제공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본다. 

 

창의력은 우리 내면에서 솟아난다. 클라이언트가 이를 짓누를 순 있지만 완전히 없애버릴 수는 없다. 죽어버린 창의력에 대한 책임은 오직 디자이너 자신에게 있다. 이런 사실을 망각한다면 어느새 영감의 창고가 텅 비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드리안 쇼네시(ADRIAN SHAUGHNESSY) 

UNITEDITIONS.COM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작가로, 1989년 인트로(Intro)를 공동으로 설립했고 현재 쇼네시웍스(ShaughnessyWorks)를 운영 중이다. 디자인 및 시각 문화 관련 도서 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유닛 에디션즈(Unit Editions)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