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만든 길, GFX 신동진 interview | 조회수 | 123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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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해선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힙합 레이블 아메바컬처와 한국의 대표적인 아트토이 스튜디오 쿨레인의 아트디렉터이자 독창적인 그림을 그리는 작가이기도 하다. 독특하면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끈 아트토이와 캐릭터가 그의 손에서 나왔다. 앞으로는 B급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이런 자신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는 그도 몰랐다고 한다. 마음 가는 대로 자신의 심장이 만든 길을 따라온 신동진 아트디렉터를 만났다.
기사제공 | 타이포그래피 서울
최근에 어떻게 지내셨어요?
회사 일로 많이 바빴어요. 지난달 이번 달 다음 달까지 연이어 콘서트에 전시도 잡혀 있고요. 올해는 개인전을 하지 않았는데 바쁜 걸 떨쳐내려고 노력 중입니다. 요즘 어린 친구들과 전시를 몇 번 했는데 참 잘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 내가 형이고 선배인데 안일하게 그림만 그려서 전시하는 게 맞나? 잘하고 멋있는 걸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내년엔 조형전시를 하려고 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고 있는데 그걸로 새로운 활동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다양한 작업을 하고 계시는데 한계를 두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맞더라고요. 미술이나 디자인 전공을 한 게 아니라 게임을 전공했거든요. 처음 들어갔던 회사도 게임회사였고, 지금 아트토이를 만들 수 있는 것도 그때 익힌 것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디자이너로 시작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좀 더 자유로운 부분도 있었죠. 제 주변엔 디자인을 배운 동기도 없고 교수님도 없기 때문에 제 맘대로 해도 되니까 뭐를 하든지 상관이 없었어요.
처음 시작은 어떠셨어요?
처음 들어간 게임회사에선 너무 바빠서 사실 다른 작업은 전혀 못 했었어요. 스물서너 살 땐 그림에 대한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땐 실사를 잘 그리는 사람들이 대우받던 때였거든요. 그림에 재능이 없으니 엔지니어 쪽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게임회사에 들어간 건데 2년이 지나니까 많이 바쁘진 않더라고요. 힙합 음악을 좋아했는데 음악을 하던 친구가 앨범 작업을 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게 너무 즐거운 거예요. 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이런 거구나! 알았죠. 그 앨범은 나오지 못했지만(웃음).
그 일이 오늘날의 나를 만든 계기가 되었네요.
그땐 작가가 될 거라는 생각은 못 했고요, 그냥 좋으니까 그림을 그리는 게 목적이었어요. 스물일곱 살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서른하나 둘이 될 때까지 아티스트라는 말을 듣는 게 되게 부끄러웠어요. 지금은 괜찮습니다(웃음). 첫 번째 개인전을 하고 달라진 것 같아요. 서른하나에 처음 개인전을 했는데 작품이 많았어요. 홍대에 있던 갤러리였는데 좁은 공간이었지만 프린팅에서 스케치까지 백 점 정도 전시를 했어요. 밖에선 핫도그 구워서 나눠주고 맥주 마시고 그랬는데 그림도 거의 다 팔았고 재미있었어요. 지금까지 네 번 전시를 했는데 그 첫 번째 전시가 자신감의 원천이 된 것 같아요.
굳이 힘을 쓰며 작업하기보다 자유롭게 하지만 철저하게 준비한다. 준비의 힘을 믿기에 강연 하나도 허투루 대하지 않는다. 프로로서의 면모가 강하지만 좋아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낼 때는 아이처럼 꾸밈이 없다. 그래서일까. 그의 주변엔 사람이 많다. 그가 잘 그리는 손과 발처럼, 폭넓은 관계와 행동반경은 그의 또 다른 힘이다.
작업을 해오면서 심정적으로도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꾸준히 그림 전시를 해왔는데 내년엔 내 장난감을 만들고 싶어요. 제작 비용이 크게 들고 잘못되면 재고가 남는 일이긴 한데 지금이 아니면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돈 모으는 준비부터 하고 있어요. 장난감을 많이 만들어왔지만 잘 생각해보면 디자이너로서 작업해온 거지 온전히 제 작품이라고 하긴 어려워요. 이제는 내 것을 만들고 나의 오리지널을 가진 작가가 되어야 할 때라고 봐요.
일이 많으신데 스트레스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는데 제일 힘든 건 작업을 할 때예요. 그런데 그림을 그릴 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요. 그래서 계속할 수 있는 것 같고요. 내 작업은 내가 마음대로 해도 되니까, 마감을 딱히 두는 것도 아니고 평소에 조금씩 해두기도 하고요. 요즘은 드로잉을 많이 해요. 드로잉으로 디벨롭 시키기도 하고, 넘어가서 작업이 되기도 하고요.
그림에 유난히 미키마우스 팔 같은 게 많이 나오는데 아이콘 같기도 하고 궁금했어요.
예전부터 그림에 두툼한 손을 많이 그렸었어요. 그런 그림들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저는 예술보다 만화나 게임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가장 좋아하고 영감을 많이 받은 작품도 만화 〈닥터슬럼프〉에요. 첫 번째 전시를 준비하면서 스케치를 엄청나게 했는데 그때 지금의 스타일이 만들어졌어요. 예전엔 발도 있었어요. 그게 이어져서 손과 발로만 이뤄진 캐릭터도 있고요.
이렇게 작업을 해오면서 형성된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게임을 만들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저는 뭔가를 만들어가는 사람인 것 같아요. 제가 만들고 싶어 하는 것들은 대중적인 건 아니에요. 어제도 친구들과 그런 얘기를 했는데 완전 B급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거든요. 장점이 뭐냐면 다음 장면이 뭔지 예상을 다 깨버려요. 되게 이상한 영화가 많은데 저도 그런 걸 만들어보고 싶어요. ‘저건 뭐지?’ 같은(웃음).
하고 싶은 것을 표현하고 만들어내는 데 장르는 별로 상관이 없다. 게임도 만들고 만화책도 만들고 싶고 B급 영화도 만들고 싶다. 예술이 꼭 어려운 걸까? 그의 지론에 따르면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예술이다. 생각이 변하면 변화는 대로, 마음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두려움 없이 원하는 길로, 가고 싶은 곳을 향해 간다.
특별한 영향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누구를 꼽으시겠어요?
굉장히 많이 있는데 첫 번째로는 닥터 슬럼프 작가인 토리야마 아키라고요, 우리나라에선 제이 앤 제이 크루(JNJ Crew) 형들에게 엄청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할 때쯤 그분들 그림 보면서 진짜 잘 그린다고 감탄했었거든요. 그래피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만나기 전에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줄 알았어요. 그 정도로 굉장한 작업을 해내고 너무나 스타일리시 해요. 처음 만났을 땐 너무 좋아서 제정신이 아니었어요(웃음).
영향을 받으면서 작업을 하다 보면 어떤 딜레마가 생기기도 하나요?
영향을 받는 게 당연하니까 제 안에서 크게 충돌하는 일은 없는데 작가의 생각이 변하면 그걸 하는 게 맞는다고 봐요. 그게 작가가 해야 하는 일인 것 같아요. 하면 안 되겠지, 라고 생각하기보다 가장 중요한 건 자기 마음이니까 마음이 시키는 건 꼭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뭘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이건 지켜야 한다는 소신도 내 안에서 나오는 거잖아요. 나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걸 하게 된다면 다양한 걸 시도해보는 게 당연하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아티스트가 될 생각도 없었고,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도 안 했는데 이 길로 들어왔잖아요. 처음엔 갤러리에서 거절당하기도 하고, 회화과 나와서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기도 하고 많은 일이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아트디렉터로서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데, 10년 전 아니 불과 5년 전의 저를 생각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하던 일이거든요. 경험을 통해 생각이 정리된 부분도 있고 강연을 많이 하니까 그때마다 내 생각을 정리하죠.
젊은 친구들이 ‘나도 이렇게 되고 싶다.’고 바랄 것 같은데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어요?
어떻게 될 수 있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도 제가 어떻게 이렇게 됐는지 잘 모르겠으니까(웃음). 게임회사부터 다녀, 이럴 수도 없고. 지금부터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하지 말고 많이 놀고 많이 경험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 친구들은 지나치게 열심히 하는데 밑도 끝도 없이 열심히만 하는 것 같아요. 앉아서 작업만 하는 건 나중에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재미있고, 하고 싶은 것을 해보면서 내가 뭘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인지 찾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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