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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국 길거리의 ‘민낯’을 탐구하다 〈디자인은 다 다르다〉 저자 황윤정 조회수 12414

 


보통 여행이라 하면,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아니 철저하게 일에 대한 생각은 배제한 채 자유를 찾아 떠나는 것을 상상한다. 하지만 여기, 여행을 다니며 세계 각국의 길거리의 민낯을 치밀하게 탐구해 그 결과를 책으로 내놓은 사람이 있다. 8개국의 정체성을 길거리의 그래픽디자인에서 발견한 〈디자인은 다 다르다〉의 저자 황윤정, 그녀가 주인공이다.

 

기사제공 | 팝사인 


Interview with 저자 황윤정_ “모든 국가의 길거리의 모습은 다 달라요, 참 매력적이죠”

 

〈디자인은 다 다르다 1,2〉는 저자가 유럽과 동아시아의 길거리 그래픽디자인을 살펴보며 각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디자인은 다 다르다 1,2〉는 저자가 유럽과 동아시아의 길거리 그래픽디자인을 살펴보며 각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무실이 가정집처럼 편안하네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현재 하는 일과 더불어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저도 반갑습니다. 〈디자인은 다 다르다〉의 저자 황윤정입니다. 주택을 개조한 디자인연구소인데 주변이 많이 어수선하죠? 한국적인 디자인을 연구하고 있는 ‘현 디자인 연구소’에서 현재 7년 차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3월에 개최되는 리빙디자인 페어를 앞두고 우리나라 전통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쿠션이나, 패브릭 제품 등에 반영 중이에요. 또한 잠시 휴학상태이지만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 박사과정 중이고, 편집디자인 실무도 병행하고 있어요. 

 

 

첫 번째 책에서는 유럽 5개국을, 이번에 출간한 시리즈 2에서는 한·중·일의 길거리 그래픽 디자인을 탐색하셨는데, 이 중 개인적으로 어느 국가의 그래픽디자인이 가장 특색 있었나요? 

 

유럽 국가에서는 프랑스 ‘파리’의 그래픽디자인이 인상 깊었어요. 개성 있고 자유분방한 프랑스 성향이 한국과 비슷해요. 파리 길거리의 간판, 포스터 등은 대부분 회화 전통을 살려 하나의 작품 같아요. 엄격한 질서 아래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이루어진 타 유럽국가의 길거리 그래픽디자인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죠. 

 

프랑스는 디자인 유행과는 상관없이 독자적인 ‘예술’의 길을 걸어온 나라다.

프랑스는 디자인 유행과는 상관없이 독자적인 ‘예술’의 길을 걸어온 나라다.

 

 

반면에 한 번 더 방문하고 싶은 국가는 ‘중국’이에요. 상하이면 상하이, 북경이면 북경. 중국은 땅이 워낙 커서 지역마다 그래픽디자인이 다 달라요. 단순히 보기에는 사인의 크기가 크고 투박해요. 하지만 자세히 보면 사람들이 뜻을 인지할 수 있도록 획 부분에 뜻을 추측할 수 있는 디자인 요소가 더해져 있어요. 이보다 더 재미있는 그래픽디자인이 있을까요? 

 

뜻을 유추하는 재미가 있는 ‘중국’의 그래픽디자인

뜻을 유추하는 재미가 있는 ‘중국’의 그래픽디자인

 


타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 길거리만의 고유 특성, 즉 어떤 정체성을 띄고 있는지?

 

같은 동아시아권에 있는 일본, 중국, 한국을 쉽게 ‘가족’으로 비유해보면, 일본은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어머니, 중국은 호방하고 권위적인 아버지, 한국은 자유분방한 어린아이로 볼 수 있어요. 비슷해 보이지만 디자인이 다 달라요.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어머니같은 ‘일본’의 그래픽디자인 <br>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어머니같은 ‘일본’의 그래픽디자인 


 

요즘 우리나라 길거리를 거닐다 보면, ‘우리의 것’을 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큰 거 같아요. 이는 자연스럽게 간판, 인테리어 등에 반영되고 있죠. 과거에는 세련미를 살리고자 유럽풍, 일본풍이 주를 이루었는데, 현재는 나무, 철제를 소재로 한 복고풍의 간판이 트렌드예요. 각종 역사적 유적이나, 유물에서 나타나는 한국의 전통 미(美), 즉 뚝 떨어지지 않는 자연스러움과 허름함의 미학이 길거리에 드러나고 있어요.

 

 

주로 유럽을 본보기로 삼아 한국의 거리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길거리 그래픽디자인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요?

 

어느 한 국가를 표방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민족성이 자연스럽게 반영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면 좋겠어요. 과거에는 가독성에 초점이 맞춰져 간판이 제작되었지만, 지금은 미적인 부분에 맞춰져 제작되고 있잖아요. 혼합된 상태인데, 이 나름대로 참 멋지거든요. 인위적으로 맞추기 보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국의 문화와 창의성이 거리에 드러나는 것을 제대로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자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본연의’ 디자인이 담긴 길거리 그래픽 탐구에 집중했다. ‘한국’의 길거리에서는 뚝 떨어지지 않는 자연스러움과 허름함의 미(美)를 느낄 수 있다. <br>

저자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본연의’ 디자인이 담긴 길거리 그래픽 탐구에 집중했다. ‘한국’의 길거리에서는 뚝 떨어지지 않는 자연스러움과 허름함의 미(美)를 느낄 수 있다. 


 

나날이 디자인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사인디자이너들의 고충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에게 도움되는 말 한마디 부탁드려요.

 

아무래도 상업적인 사인디자인을 지속해서 하다 보면 자신만의 창의성을 표현하기 어렵고, 고갈도 될 거에요. 하지만 외부에서는 이들에게 창의성을 요구하죠. 톡톡 튀는 학부생과 콜라보 형태로 프로젝트를 마련해서 시스템적으로 진행해보면 어떨까요? 학생들에게는 아이디어를 표출할 기회를, 회사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저 또한 그래픽디자이너로서 지금도 힘겹게 이 길을 걷고 있지만, 지망생 혹은 동종업계 분들에게 타인이 아닌 주도적으로 자신의 길을 선택했으면 좋겠다고 전하고 싶어요. 여행이나 관련 경험을 통해 스스로 묻고 답하면서, 10년 이상 걷다 보면 분명 자신의 경쟁력을 갖추게 될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있어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