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소개를 부탁합니다. 〈봄조합(SPRING COLLECTION)〉은 제가 2015년 봄에 경험했던 상황과 사물을 조합하고 정리한 작업입니다. 봄이라는 계절 그 자체를 표현하고자 했지만, 토끼나 식물 등 저의 일상과 연관된 소재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분히 경험적인 작업이기도 합니다. 〈봄조합〉은 1월부터 제주의 호텔 PLAYCE에 1년 동안 전시되는데, 이 작업의 짝으로, 키워드가 가을인 〈HIDE〉도 함께 전시될 예정입니다.
〈봄조합〉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어딘가 동화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제 작업에서 동화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대다수의 사람이 '어딘가' 같은 중립적인 수식어를 붙인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그 말인즉슨, 동화적인 것 같으면서도 완전히 동화적이지 않다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아마 환상적인 소재를 그리려는 의도가 아니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작업 소재는 〈봄조합〉이 그렇듯, 일상적인 경험에서 출발합니다. 특정한 날에 마주친 사물이나 사람일 때도 있고, 감정 그 자체일 때도 있습니다. 그렇게 지나가는 순간을 훗날 정리하고 모아보면 처음 느꼈던 바와는 또 다른 것을 느끼는데, 이러한 변화가 소재의 크기와 구성에 반영되고 있어요. 예쁜 것을 크게 그리고 싶을 때도 있고, 좋았던 순간을 크게 그릴 때도 있습니다.
작업 도구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보통 디지털 콜라주 기법을 활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모니터 속에서 그림이 마무리될 때가 많아요. 콜라주 할 재료는 수작업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슈로 몸통을 그리고 먹으로 토끼 눈을 그린 뒤 각각 스캔하고 조합해 토끼를 그리는 방식이죠. 그 중 과슈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 같고요. 요즘은 수작업으로 시작해 수작업으로 종료되는 작업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클라이언트 업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작업과 클라이언트 작업엔 어떤 차이가 있나요?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다릅니다. 때로는 소재의 위치, 움직임, 형태, 색상까지도 피드백을 받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개인작업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클라이언트 작업과 개인작업 간의 격차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하나의 바람이고 노력하는 바이기도 한데요. 지금까지는 다행히 이를 잘 조절하며 작업해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나 계획이 궁금합니다. 2년간 그래픽디자인 공부를 작업과 병행하느라 욕심을 충족할 만큼의 작업을 하지 못했어요. 당분간은 그 욕심을 채우는 데에 바쁠 것 같습니다. 거창한 것들보단, 여행을 다니며 작업을 하고, 책도 읽고 그랬으면 좋겠네요.
서울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콜라주 기법에 근거를 둔 이미지 작업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영역에서 그래픽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