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인터뷰] 도자를 통한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 ‘건축도자’ 작가 안재희 | 조회수 | 1295 |
---|---|---|
건축과 도자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아름답고 편리하게 만드는 건축과 그 공간 안에서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하는 도자에 대해 비슷한 감성과 결을 지녔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건축과 도자 사이에는 이보다 훨씬 더 새롭고 획기적인 연결고리가 있다. 단순히 건축과 도자에서 공통분모를 찾는 것이 아닌, 건축과 도자의 만남을 통해 전혀 새로운 사유를 제시하는 것이다. ‘건축도자’라는 장르를 개척한 안재희 작가는 건축적 사유에 도자의 물성을 더해 공간과 조형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안재희, <기도>
안재희 작가는 원래 건축을 전공했다. 건축이 주는 공간과 구조의 미학에 매료되었던 그녀는 손으로 형태를 만드는 것에 대한 갈증을 느꼈고 우연히 도자를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마에서 구워지는 도자에 대해 강한 감동을 느낀 안재희 작가는 건축의 언어를 흙으로 표현하기로 했고, 건축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조형적 구조와 공간이 지닌 의미를 도자에 담기로 했다.
건축적 사고와 건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도자의 구조와 디테일을 구성하는 안재희 작가는 건축적 요소와 도자의 물성의 결합을 통해 조형성과 구조, 공간성이 어우러진 형태를 창조해낸다. 안재희 작가는 이를 통해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사유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한 안재희 작가는 동대학교 도예학과 대학원에서 도예를 공부했다. 이후 지금까지 3회의 개인전을 가진 안재희 작가는 지난 공예트렌드페어에서도 작품을 선보이며 건축도자 분야를 대중에게 소개했고, 건축도자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했다.
‘건축도자’라는 새로운 분야를 통해 건축의 조형적 구조와 공간이 지닌 의미를 사유하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안재희 작가의 이야기를 전한다.
안재희 작가
Q. 건축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도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나.
그러다 집 뒷마당에 가스가마를 설치하고, 처음으로 불을 때게 되었습니다. 가마의 문을 열었을 때, 외부와 내부의 온도 편차로 인해 도자기 표면에 크랙이 생기며 들려온 청량한 소리는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번조 과정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19시간 동안 가마를 지키며 고생하던 끝에 환원불이 빚어낸 작품들을 마주했을 때의 감격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순간, 처음으로 도자를 끝까지 할 거 같은 확신이 들었습니다.
흙이 손에 익숙해질 무렵 건축공학을 전공했던 경험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건축의 언어를 흙으로 표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도예학과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고, 보다 깊이 있게 탐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안재희, <건축적 사유>
Q. 도자에 대한 공부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나.
그곳에서 만난 지인의 작업실을 찾아가 배우기도 했고, 인연이 닿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도자를 공부했습니다. 여행을 가서도 그 지역의 도자기와 관련된 장소를 찾아가며 자연스럽게 배움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그동안 흩어져 있던 작업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Q. 건축과 도자가 어떻게 접목되는지 궁금하다.
이러한 건축도면의 공간분석에 착안하여 도면을 도자타일 형식의 유닛으로 변환하고, 이를 재구성하고 재배열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배열되거나 혹은 우연적으로 형성된 배치 속에서 건축의 조형성과 공간성이 새롭게 발현되기를 기대하며 작업을 합니다.
안재희 작가의 건축도자 시리즈
안재희, <아름다운 날들>
안재희 작가의 청자공모전 특선작
Q. 건축에 대한 경험이 현재의 작업에 어떻게 작용되나.
Q. 작업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지나. 작업 철학, 작품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작품 제작 과정은 먼저 건축도면을 연구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도면을 통해 공간의 구성, 형태의 흐름, 구조적 특징을 파악하고, 이를 일차원적으로 해석합니다. 분석된 도면의 요소들을 도자 타일 형식의 유닛으로 조각화 하여 변환합니다. 각 유닛은 건축의 기하하적 형태를 반영하며, 이를 통해 형태와 공간이 새롭게 드러날 수 있도록 합니다.
그 다음은 개별 유닛을 배치하고, 조합하고, 재구성하는 실험을 거칩니다. 작업 과정 중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의도된 배열뿐만 아니라 우연적 요소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를 통해 새로운 공간적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조형적 구성을 찾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건축과 도자의 경계를 탐구하며, 조형성과 공간성이 공존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안재희 작가의 작업 과정
Q. 작업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
Q. 작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개별 유닛을 조합하고 재배열하는 방식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간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구성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상징합니다. 또한 삶의 다양한 관계와 경험이 만들어내는 조화와 긴장감까지 은유하고 있습니다.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배치가 아닌, 시간과 사람, 그리고 이야기가 얽히며 완성되는 유기적 구조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관람자들이 익숙한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고, 자신만의 해석과 상상력을 더해보기를 바랍니다.
지난 12월 열린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선보인 안재희 작가의 작품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요즘 베트남의 도시와 건축물이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어 이를 통해 조형적 가능성이 더욱 확장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베트남 건축물을 연구하고, 그 공간적 특징을 도자를 통해 재해석하는 작업을 시도해볼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문화에서 형성된 건축언어가 도자를 매개로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지 탐구하며, 공간과 조형의 관계를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와 함께 건축도자를 알리고 현지 문화와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보고자 합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사진제공_ 안재희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