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인터뷰] 디자인 교육과 AI의 만남, 새로운 창작 실험 – 홍익대 사카베 히토미 교수와 학생들의 혁신적 전자책 실험 | 조회수 | 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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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프트에 대응하여 텍스트, 이미지, 기타 미디어를 생성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시스템인 생성형 AI는 최근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대부분 AI를 도구로서 활용하는 실습 중심에만 머물러왔다. 여기에서 벗어나 AI가 디자인 사고와 창작 방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탐구하고 실험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홍익대학교 디자인컨버전스학부의 생성형 AI를 활용한 전자책 기획, 디자인 프로젝트다.
홍익대학교 디자인컨버전스학부에서 지난해 2학기에 진행된 이 실험적인 프로젝트는 생성형 AI를연구 주제로 삼고,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며, 생성형 AI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탐구하는 프로젝트였다.
생성형 AI가 우리의 사고방식과 창작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실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AI라는 새로운 기술의 적용을 통해 디자인과 AI의 관계를 연구하는 흥미로운 시도였다. 학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AI에 대해 탐구했고, 세 권의 책을 만들어냈다.
<캠퍼스 고민수집단>,
이 프로젝트는 홍익대학교 디자인컨버전스학부 사카베 히토미 교수에 의해 기획됐다. 시각커뮤니케이션(Visual Communication Design)과 일러스트레이션을 주 연구 분야로 다루고 있는 사카베 교수는 디자인하우스, KBS, 웅진씽크빅, 문학동네, 한국도로공사 등의 여러 프로젝트 진행 및 자문을 수행했으며, 현재 일본그래픽디자인협회(JAGDA) 정회원, 한국디자인학회 이사,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회 이사로 활동하며 여러 학술 및 교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사카베 히토미 교수
사카베 히토미 교수로부터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 들었다.
Q. 2024년 2학기 ‘생성형 AI’에 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어떤 배경에서 기획하게 됐나.
그래서 2024년 2학기에 개설된 Graphic Design & Technology(2) 수업에서는 ‘생성형 AI’를 연구 주제로 삼고, AI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담은 전자책을 기획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학생들은 AI를 활용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의미, 창작의 주체성과 윤리적 문제 등을 고민하며 책을 집필했습니다.
Q.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무엇인가.
Q. 세 권의 책에 대해 소개해준다면.
<캠퍼스 고민수집단>은 대학생들의 연애, 학업, 취업, 인간관계 등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봤을 주제를 상담 형식으로 풀어낸 책입니다. 이 과정에서 대화형 AI가 자연스럽게 개입하며, 독자들은 마치 튜링 테스트를 경험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단순한 고민 상담을 넘어, AI와 인간의 대화 가능성과 한계를 실험적으로 탐색한 점이 특징입니다.
<캠퍼스 고민수집단>
<캠퍼스 고민수집단>의 저자들
특히 흥미로운 점은, 한 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을 ‘인문 > 미술?디자인’ 카테고리로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담당자가 이를 실제 과학잡지로 착각해 ‘과학 > 천문학?지구과학’ 카테고리에 등록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는 이 프로젝트의 의도가 현실 유통 시스템에서 성공적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파워블로거들의 수다>는 네 명의 가상 파워블로거가 물건, 동물, 레시피, 문화예술을 주제로 블로그 글을 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실험한 책입니다. AI의 환각 현상을 극대화하여, 비논리적이거나 엉뚱한 정보가 어떻게 확산될 수 있는지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줍니다. 2024년 하반기 기준 AI의 환각 현상을 기록하는 동시에, 무비판적인 AI 수용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는 프로젝트였습니다.
<파워블로거들의 수다>
<파워블로거들의 수다>의 저자들
이처럼 세 권의 책은 AI를 단순한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식 생산과 정보 유통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결과물입니다.
Q. 각각의 책에서 AI가 어떻게 활용이 됐나.
<캠퍼스 고민수집단> 과정(1)_ 말투와 내용에 피드백을 주는 'AI 막내 인턴 상담사' 교육과정
<파워블로거들의 수다>에서는 AI가 만들어낸 엉뚱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블로그 글을 작성했습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 동물, 음식과 인물들을 AI가 마치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설명했고, 이러한 AI 생성 텍스트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직접 그래픽 디자인을 수행했습니다. 텍스트와 이미지 생성 과정 모두에서 AI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파워블로거들의 수다> 과정(1)_ 시발점이 된 할루시네이션자료 (볶음엉덩이 레시피)
Q. AI를 활용한 이번 프로젝트에서 학생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부분은 무엇인가.
<파워블로거들의 수다>팀에서는 AI가 생성한 내용 중 어느 부분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판단하기 어려워 필자들이 재차 교차검증을 해야 했던 점을 꼽았습니다. 또한 작업 수행 중에도 꾸준히 버전이 업그레이드되면서 학생들이 원고를 위해 황당한 질문을 던지니 “그런 물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하는 등, 초기와 다르게 할루시네이션에 대한 문제점을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듯한 부분도 포착되어, 허무맹랑한 답변을 수집하고자 했던 학생들 입장에서는 역설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합니다.
Q. AI 활용이 가장 효과적이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특히, 흥미로운 점은 AI가 상담사 역할을 할 때는 '올바른' 답변을 내놓으려는 경향이 강했으나, 질문자로서 사연을 작성할 때는 예시 사연이나 칼럼 등 다양한 레퍼런스를 참고하며 오히려 더 인간적인 글을 만들어냈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데이터 입력과 프롬프트 설계 방식에 따라 AI의 결과물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캠퍼스 고민수집단> 과정(2)_ 말투와 내용에 피드백을 주는 'AI 막내 인턴 상담사' 교육과정
특정 서류나 공식 문서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AI는 매우 효과적이었는데요, 예를 들어, 가상의 이주자 신고 서류를 만들기 위해 실제 이민 및 행정 절차를 AI에 입력했더니 현실적인 서식이 생성되었고, 이는 프로젝트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파워블로거들의 수다> 팀 학생들 또한 AI의 환각 현상이 기존의 사고방식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일반적으로 헤어드라이기에서 아이스크림을 떠올릴 수 없지만, AI가 만들어낸 엉뚱한 조합이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로 발전하기도 했다는 것이죠. 특히 독창적인 이미지 레퍼런스를 만들 때 AI의 효과를 더욱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AI는 예상치 못한 조합과 독특한 비주얼을 빠르게 구현하면서, 창작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영감을 얻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합니다.
<파워블로거들의 수다> 과정(2)_ 프롬프트를 토대로 AI가 생성한 상품 이미지
Q. AI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나.
<캠퍼스 고민수집단>의 경우, AI가 상담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을 보며 AI가 단순한 자동 응답기가 아니라, 맥락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기술이라는 점을 실감했다고 합니다. AI의 답변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질문자의 입장에서 사연을 작성할 때는 보다 인간적인 감성과 스토리텔링이 담긴 글을 생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AI의 활용 방식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음을 흥미롭게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또한, AI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요소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도 중요한 변화였습니다.
<캠퍼스 고민수집단>
<파워블로거들의 수다>팀은 AI가 예상치 못한 조합을 생성하며 기존의 사고방식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특히, AI의 환각 현상이 기존 개념을 뒤틀어보는 방식으로 창작 과정에서 활용될 수 있음을 경험하며, AI를 단순한 오류 발생 기계가 아니라, 창작 도구로 접근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다만, AI가 생성한 정보의 신뢰성을 검토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파워블로거들의 수다>
Q. 이번 프로젝트의 성과 및 의미에 대해 평가한다면.
또한, 학부생들이 단순한 과제물을 넘어 본인들의 디자인 실험을 실제 출간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점도 의미가 큽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단순히 학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독자층과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시리즈는 대학생 특유의 생생한 아이디어를 그대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학계나 산업계의 시각에서 정리된 이론이 아니라,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기술을 바라보는 대학생들의 솔직하고 구체적인 실험을 책의 형태로 기록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Q. 또 다른 AI 관련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나.
Q. 앞으로 AI를 어떻게 교육에 활용할 게획인가.
더 나아가, 해외 대학과의 협업이나 국제 워크숍을 통해 AI 관련 프로젝트를 확장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 말에는 일본 치바대학과 협력하여 AI를 접목한 국제 디자인 워크숍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에 디자이너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할지 탐구하고, 교육과 실험을 통해 그 가능성을 열어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